폭우에 끄떡없게 ‘배수펌프 용량’ 100년 기준 설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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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참사’ 재발 안 된다

지난달 23일 폭우로 차량에 갇힌 3명이 목숨을 잃었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 ‘침수 시 차량 진입 금지’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지난달 23일 집중호우로 부산 초량 제1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이때 펌프는 무용지물이었고 3명이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펌프용량을 늘려서 이 같은 참사를 막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현행 지하차도 펌프용량 산정 ‘30년 기준’이 기상이변이 잦은 지금의 기후에 맞지 않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 15개 구는 부산시가 공표한 ‘방재성능목표’를 참고해서 지하차도 등 펌프용량을 등을 산정한다. 방재성능목표란 해당 지역의 일정기간 강우량 최대치를 기준으로 삼고 배수 펌프 용량 등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

부산 펌프용량 정하는 ‘방재목표’
30년 강우량 최대치 기준 산정
용량 역부족, 폭우에 속수무책
하천은 100년 기준 용량 설정
기준연도 늘리고 교체주기 단축을


하지만 시와 행안부가 예산상의 문제로 지난 30년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배수 펌프를 정하는 탓에 국지성 호우에 따른 많은 비를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배수 펌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지역에 30년간 내린 폭우를 기준으로 펌프용량이 정해진다.

초량 제1지하차도의 경우 2016년에 배수 펌프 용량을 증설했는데, 당시 부산의 방재성능목표였던 시간당 96mm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다. 하지만 사고 당시 시간당 최고 81.6mm(23일 오후 9~10시)나 쏟아진 데다 주변도로의 물이 모두 지대가 낮은 지하차도로 몰린 탓에 시간당 96mm를 훌쩍 넘는 물이 차도로 흘러 들어가, 펌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부산의 구청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성된 배관들은 설계 당시의 방재성능 목표에 준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년 강우량에 따라 성능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행안부가 제시한 지침에 딱 맞춰서 펌프 용량을 정하는 탓에 다른 외부 요인들이 겹치면 집중 호우 때 펌프가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수 펌프용량 기준 산정 때 참고 연도와 지역을 확대하면 자연스레 기준 용량이 커질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42년 8월에는 서울에서 시간당 118.6mm의 비가 내렸다. 행안부의 방재성능기준 지침이 ‘30년’보다 더 늘고 지역도 넓어졌다면, 이번 호우에 따른 인명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기준으로 설정된 현재 부산시의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105mm에 불과하다.

지하차도 펌프 용량은 하천 펌프와 비교해도 방재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범람 때 큰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하천의 펌프 용량 등은 ‘100년’을 기준으로 최대 강우량을 계산해 설계됐다.

부산시는 펌프용량 산정 기준을 올릴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예산 문제로 펌프 용량을 무작정 증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단 행안부 지침상 30년을 기준으로 방재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행안부 지침이 바뀌어야 한다. 행안부 지침 없이 참고연도를 무작정 늘려 버리면 지자체가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지난 30년간의 시간당 최고 강우량을 참고해 5년마다 방재성능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목표에 따라 지자체는 다시 지하차도 펌프용량 등을 포함해 유류저류시설에 대한 용량을 설정해야 한다. 방재성능목표란 홍수, 호우 등으로부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설정·공표한 목표 강우량을 말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만큼 방재성능목표 주기를 5년보다 줄여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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