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울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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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내내 눈물이 나네요.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미경 씨)

“이제라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져서 피해자 분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바랍니다.”(김정미 씨)

<부산일보>의 형제복지원 피해자 영상구술사 인터뷰 시리즈 ‘살아남은 형제들’이 SNS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여성 피해자 박순이(49) 씨의 사연은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수 135만 회(3일 오후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좋아요’ 2만 3000개, ‘공유’ 5600여 회를 기록했고 ‘댓글’도 4000개에 이른다.

본보 ‘형제복지원 인터뷰’ 기획
피해자 박순이 씨 등 14명 사연
페이스북·유튜브서 250만 조회
“도울 방법 없나요” 문의 쏟아져


박 씨는 형제복지원에서 함께 생활하던 언니들이 성폭행을 당한 뒤 받아오는 과자를 기다리며 서 있던 어린 시절 자신을 탓하며 눈물을 터뜨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탈출 보름 전 중대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아이까지 낳게 된 비밀을 처음으로 공개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박 씨는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산일보> 인터뷰를 보고 저처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고백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인신매매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이민서 씨)

“정부에서 이 사건만큼만은 꼭 해결해 주길 바랍니다.”(서아인 씨)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수 30만 회를 기록한 피해자 김의수(49) 씨 인터뷰도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김 씨는 열세 살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경찰관에게 붙잡힌 뒤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하는 등 끔찍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김 씨는 “피해자들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우리를 방치했던 그때 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부산일보>는 2018년 기획기사 ‘형제복지원-절규의 기록’을 통해 수용자 신상기록카드를 국내 언론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이어 지속적인 보도를 통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과를 이끌어내 한국기자상, 언론인권상, 일경언론상 등 국내 주요 언론상을 수상했다.

‘살아남은 형제들’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올 4월 출발했다. 33인의 피해자 증언을 담은 영상 구술사 프로젝트 형태다. 지난 4개월 동안 14명의 인터뷰가 네이버 채널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돼 누적 조회 수 250만 회를 넘어서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8번째 증언자 김세근(63) 씨는 복지단체와 연계해 병원 치료와 생계 지원을 받았다. 제도를 잘 몰랐던 11번째 증언자 정수철(가명·54) 씨는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얻었고, 9번째 증언자 안종환(44) 씨는 법률 자문을 통해 억울함을 달랠 수 있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증거인 존재”라며 “이들이 더 늙고 병들어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증거를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일보>는 33인의 인터뷰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월께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형제복지원 참상 기록관’ 형식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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