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여행주간’ 제주·강원 날 때 ‘국제관광도시’는 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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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오후 휴가철을 맞아 많은 피서객들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 극복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2020 특별 여행주간’으로 제주도, 강원도, 인천 등을 찾은 관광객이 10~20%씩 증가했다. 하지만 ‘국제관광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은 관광객 증가율이 경쟁도시는 물론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 ‘특별주간 효과’ 분석
전월 대비 제주 23.6·강원 18.6%
인천 9% 증가, 부산은 3.7% 그쳐
수도권 접근성 좋은 강원 쏠림 탓
코로나 시대 ‘언택트’ 개발 시급



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2020 특별 여행주간 사업 효과’에 따르면 이 기간 지역방문자 수는 전월인 6월에 비해 전국 평균 4.1% 증가했다. 2020 특별 여행주간은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정부는 이 기간 국내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교통·숙박·전통시장 할인권을 나눠 줬다.

문체부는 특별 여행주간의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 KT 기지국 감시 통신이동 자료와 BC카드 사용실적 자료 등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도시별로 살펴보면 제주도를 찾은 이가 274만 3000명으로 전월 대비 23.6%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주도의 뒤는 강원도(18.6%)와 인천(9.0%)이 이었다. 특히 강원도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7월과 비교해도 관광객이 6.8%가 늘어났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6.5%)와 서울(5.3%)도 평균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이 기간 코로나19가 유행했던 대전(-13%)과 광주(-6.8%)는 이동량이 오히려 감소했다.

문제는 관광 분야의 경쟁도시들이 괄목할 성과를 내며 웃고 있을 때, 부산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부산은 이 기간 657만 3000명이 찾아 전월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대대적인 관광 진흥책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강원도의 가파른 성장세에 부산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부산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부산으로 유입되던 수도권 국내 여행객들이 강원도로 빠져나가 프로모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충성 고객들의 이탈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교통수단이 편리해진 데다 코로나19로 변화한 여행 트렌드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부산관광공사 김지우 선임매니저는 “서울을 기준으로 부산행 고속열차는 강원도행보다 배 이상 비싸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힐링, 근교여행, 차박 등이 여행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도심에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부산의 관광창출 효과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언택트 관광지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등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며 인파와 섞여야 하는 관광명소 위주였던 부산의 관광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반짝인 해수욕장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부산의 미래 먹거리인 관광을 손에서 놓치게 될 것”이라며 “국제관광도시 구축사업에도 코로나19로 변화한 여행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해 부산이 관광도시로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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