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2) 2018년 리온 브릿지스 앨범 ‘Goo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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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여름은 휴가, 방학 등의 단어를 우선 떠올리게 합니다. 음악도 여름휴가 시즌을 겨냥한 음악들이 가을이나 겨울보다 더 도드라졌던 때가 분명 있었지요. 특히 1990년대에는 여름에 댄스, 겨울에는 발라드와 같은 계절과 음악의 보이지 않는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해 지금도 ‘여름’ 하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그 시대의 댄스 가요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름은 그와 함께 항상 장마를 동반했었습니다. 올해도 어느덧 여름이다 싶더니 계속되는 비로 많은 분의 걱정과 염려가 계속되는 요즘인데요. 탈 없이 이 기간을 보내도록 함께 서로 주의를 더 기울여야겠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너무 개인 취향적인 의문일 수도 있지만, 왜 여름의 장마에 관한 음악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요? 사실 여름의 장마를 겨냥한 시즌 송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한여름의 비는 다른 계절의 그것과 분명 다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말이지요. 요즘처럼 비가 계속되는 때는 그런 생각이 더욱더 듭니다.

저는 이번 주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2018년 발매 앨범 ‘Good Thing’은 한여름의 비와 유독 잘 어울립니다. ‘리온 브릿지스’는 1989년 텍사스 태생의 소울 아티스트입니다.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이며 프로듀서이지요. 그는 데뷔 전부터 ‘스포티파이’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많은 팬이 그의 음악에 매료되었습니다. 데뷔 앨범이 나오자마자 곧 ‘그래미 최고의 리듬엔 블루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것 역시 이런 많은 팬의 지지와 그의 음악적 신선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올해도 ‘존 메이어(John Mayer)’와 함께한 싱글 ‘Inside Friend’를 발매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싱글은 무척 달콤해 저도 참 좋아할 뿐만 아니라 ‘리온 브릿지스’의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음악 마니아들도 새로이 그의 음악에 빠져들 만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사실 최근 싱글의 마냥 달콤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멜로디는 아름답지만, 편곡과 사운드에서 투박하고 거친 소울의 결을 그대로 살려냅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식탁을 매끈하게 마무리하거나 광을 내지 않고 고유의 결을 살려 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 식탁이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쓰다 보면 그 고유의 감촉과 결에 매료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더욱더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요. ‘리온 브릿지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런 식탁이 주는 만족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투박함 속에서도 가구 디자이너의 전문가적인 손길과 흔적이 느껴지는 식탁에 앉아 좋은 차를 마시는 듯한 경험 말이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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