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운영비 2억 5000만 원… 폐장해도 ‘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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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가 문을 닫은 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이곳에 남겨진 동물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운영사인 삼정기업은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 동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양질의 사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동물원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구 폐원 아닌 일시 중단 상태
최소 인력 남겨 동물 관리 계속
장기화 땐 사육 환경 악화 우려

‘더파크’ 운영사인 삼정기업은 4월 25일 동물원 폐장 이후에도 사육사 13명을 고용 유지해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삼정기업 측은 “더파크 운영을 중단했지만 동물에게 사료를 주지 않으면 폐사할 위험이 있어 계속 관리하고 있다. 폐장 이후에도 자연사를 제외하면 동물 중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폐사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더파크’는 시유지와 국유지를 포함해 8만 5334㎡ 면적을 가진 부산 유일의 동물원이다. 더파크는 이곳에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 123종 6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폐장 전에는 동물을 관리하는 사육사 38명 등 총 50여 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폐장 한 달 전인 3월께 대부분 해고됐다. 삼정기업 측은 “공사비도 못 받은 채 매달 사료비, 인건비, 대출 이자 등 2억 5000만 원이 지출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이를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물원 매수를 두고 부산시와 삼정기업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동물 관리 의무는 여전히 삼정기업에 있다. 법적으로 ‘더파크’는 ‘폐원’이 아니라 ‘폐장’ 상태이기 때문이다. ‘폐원’이 동물원 운영을 정리하고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 것이라면, ‘폐장’은 일시적인 영업 중단 상태라 볼 수 있다. 폐장하면 관람객을 받는 ‘전시 영업’을 하지 않지만, 동물원이 동물을 보유하고 돌보는 업무를 계속해야 한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물원이 폐원하려면 보유 생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관련 조치를 적절히 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시·도지사에 신고해야 한다. 반면 폐장은 이런 조치가 필요 없지만, 6개월 이상 폐장 상태가 지속할 경우 향후 계획을 밝히고 강제로 폐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삼정기업 관계자는 “아직 폐원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 시와 동물원 매수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만큼 폐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더파크’에 있는 동물도 삼정기업이 보유한 재산인 만큼, 당분간 동물들의 거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물원 폐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동물들의 사육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사육 관련 인원이 줄어들면 당연히 개별 동물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와 운영사가 법적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사육 환경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며 “이 사태를 초래한 시가 책임지고 동물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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