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美-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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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골프 리조트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실업수당 지급 연장 등 독자적인 지원책을 담은 행정조치에 서명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추가 부양안에 대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권한 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정치적 자유 억압을 이유로 중국과 홍콩 관리들에 대한 제재에 나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홍콩 정부는 “중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간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과 중국 관리 11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람 행정장관 등이 홍콩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면서 “제재 대상에는 홍콩의 행정수반인 람 장관을 비롯해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전임자인 스티븐 로,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보안장관 등 홍콩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국무원의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샤 바오룽 주임과 장 샤오밍 부주임, 뤄 후이닝 홍콩연락사무소장 등 중국 본토 관리들도 포함됐다.

미 재무부, 중·홍콩 관리 제재
캐리 람 행정장관 등 11명 대상
“람 장관, 홍콩 자유 억압 책임”
홍콩정부 “비열한 행위” 맹비난

므누신 장관은 “람 행정장관이 홍콩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억압하는 중국의 정책을 이행하는 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이 홍콩의 자율성을 침해했으며 중국 본토 보안기관이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개인이나 언론 등을 검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거래도 금지된다.

AP통신은 무역 분쟁과 코로나19를 둘러싼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취한 일련의 조치 중 가장 최근 사례라고 전했다.

이에 홍콩정부도 격앙된 반응이다.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 “파렴치하고 비열하다”면서 “홍콩보안법에 대응해 제재한다는 미국 측 주장은 설득력 없는 변명”이라고 맹비난했다.

홍콩정부는 또 미국이 이번 제재 과정에서 홍콩·중국 관리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면서 “미국 정부가 허가한 신상털기와 같다. 우리는 필요한 법적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도 “우리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명예로운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750만 홍콩인뿐만 아니라 14억 중국인들의 생명과 이익을 보호하는 일을 겁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정부는 전했다. 람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미국비자의 유효기간은 2026년까지지만, 미국에 가고 싶지 않은 만큼 자발적으로 말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공개한 자신의 집 주소와 여권번호 등을 언급하며 “미국 담당자가 2016년 내가 정무사장(총리 격)으로 방미 시 제출한 비자자료를 사용하면서 갱신하는 걸 잊은 것 같다. 미국 정부가 비자신청 시 제출한 개인자료를 재무부에 넘겨 입국 외의 용도로 썼다면, 인권보장을 위반한 것 아닌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다른 관리들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갔다. 홍콩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별도 성명을 통해 “홍콩 사무는 중국의 내정으로, 타국이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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