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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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선임연구원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둔화하면서 저유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WTO는 세계 무역 교역량이 작년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해운업의 성장 둔화는 조선소의 일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소가 호황이었던 2007년 선박 발주량은 9200만CGT(환산톤수)였으나 작년 선박 발주량은 무려 73% 감소한 2530만CGT이었다. 조선산업이 하락세를 타던 와중에 코로나 충격으로 인하여 2020년 1분기는 조선소 목표 수주량의 10~20% 정도만을 수주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선박 발주는 주로 물동량이 증가할 때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제 교역이 감소하면서 선박 발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레이업(선박 전원을 끄고 대기)’ 선박이 급증하고 운송운임도 매우 낮은 상태로 극심한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또 다른 선박 발주 요인은 선박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다. 하지만 주요 선종 중 15년 이상 운용한 비중이 작아 교체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충격 겹친 조선산업 최악
선박 온실가스 규제만이 탈출구
선진국, 선점 위해 벌써 치열한 경쟁
국가사업으로 공격적 개발 절실


결국 조선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IMO(국제해사기구) 회의가 대부분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에야 선박 온실가스 논의가 비공식 화상회의로 진행이 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온실가스 규제를 받지 않고 있던 운항선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하기 위한 기술적 및 운항적 방법이 논의되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전문가는 “선박별 감축 목표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폐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IMRB(국제해사 연구개발 이사회)는 선박 연료유 급유 시 1t당 1~2달러 정도의 기금을 부과, 약 5조 원의 연구기금을 마련하여 선박의 탈탄소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IMO를 비롯한 선주단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박 연료의 탈탄소화를 가속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선박 온실가스 규제=신규 시장’이다.

과거 평형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평형수 처리 장치는 수조 원대 시장으로 형성되었다. 우리나라는 평형수 처리 시장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했다. 필자는 이 이유를 실적(Track Record)이 필요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국산 기자재를 개발하고도 납품이 되지 않는 원인이 바로 선주의 실적 요구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신규 규제로 인한 대응 기자재의 경우 실적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없고, 신규 시장이기에 수요가 폭발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폭발적인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자재들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서는 대체 연료를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포집 기술과 선박의 효율 향상 장치들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체연료의 경우 수소, 암모니아, 에탄올 등 다양한 연료가 거론되고 있다. 어떤 것이 시장을 선점할 연료인지 아직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친환경 연료로 생각하는 수소의 경우 우리가 사용하는 동안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0’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연료이다. 그러나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생산 과정 중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그린 수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되는 그레이 수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그레이 수소의 경우 생산과정 중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가 발생해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앞으로 선진국과 선진 기술사들은 기술개발과 표준 제정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기자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관계부처는 미래 친환경 선박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준비 중이다. 미래 친환경 개발사업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신시장 개척이란 사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 및 활용 전략을 면밀하게 수립하여 공격적인 연구개발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국내 조선 및 조선기자재 업체는 선박 온실가스 신기자재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된 협약·표준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일본을 경쟁에서 따돌릴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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