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68 >좋았든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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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아베총리는 아직도 한반도를 식민지로 아는가요? 자주독립국 대한민국이 한미연합훈련을 하던 남북대화를 하던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오?’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던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올린 트윗이다. 아래는 어느 신문에 실린 칼럼 구절.

‘연유야 어찌 됐던 주요 정당들은 바뀐 룰에 맞춰 선거전략을 짤 게 뻔하다.’

이 글들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던 남북대화를 하던’은 ‘한미연합훈련을 하든 남북대화를 하든’이라야 했고, ‘어찌 됐던’ 또한 ‘어찌 됐든’이라야 했다. 생긴 게 비슷해서 발음도 비슷한 ‘-던/-든’은, 이처럼 잘못 쓰기 쉽다.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던: ①(‘이다의 어간, 형용사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뒤에 붙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과거의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어미.(예쁘던 꽃./깨끗했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 ②(동사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뒤에 붙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어떤 일이 과거에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었다는 미완(未完)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먹던 사과를 버리고 새 사과를 먹었다./선생님께서는 내 상담 요청에 하시던 일을 멈추셨다./…)

*-든: ‘-든지’의 준말.(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한 가지는 해야 한다./무엇을 그리든 잘만 그려라./싫든 좋든 이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어디에 살든 고향을 잊지는 마라.)

*-든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간에’나 ‘상관없이’ 따위가 뒤따라서 뜻을 분명히 할 때가 있다.

뭐, 설명이 좀 복잡하지만 ‘-던’이 과거 시제를 나타낸다고만 생각하면 간단하다. 반면, ‘한미연합훈련, 남북대화’ 가운데 뭘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뜻으로는 ‘하던’이 아니라 ‘하든’이고, ‘어찌 됐건 간에’라는 뜻은 ‘어찌 됐든’이라야 했던 것.

‘뭘 입던../무슨 상관?/…정말 이럴때 기분 더럽다고 하는거다.’

얼마 전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입은 분홍 원피스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이 와중에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저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뭘 입던’도 ‘뭘 입든’이라야 했다. 그래야 상관하지 말라는 뜻이 된다. ‘뭘 입던’은, ‘뭘 입더냐?’라는 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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