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미술 신세계가 아트페어 속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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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BAMA에서 열리는 ‘XR아트’ 특별전에 참여한 김봉관 작가가 자신의 작품 ‘IMG-7930정원AR’를 보고 있다. 부산문화플랜 제공

가상 현실 기술을 이용해 미술의 새로운 내일을 탐구한다. 은하수 속을 거닐고, 고양이 몸속을 탐험하고, 빈 병에서 꽃이 자라나는 미술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9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2020BAMA)가 준비한 AGE2030 특별전 ‘ART&XR: 확장된 현실’에선 과학 기술을 입은 아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시 디렉터를 맡은 김지영 부산문화플랜 대표는 “XR 기술을 이용한 작업으로 부산에서 새로운 미술 사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은하수 거닐고 고양이 몸속 탐험하고…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XR 아트 특별전
VR·AR·홀로그램 작품으로 파격적 시도
부산·광주 작가 13명 참여한 3차원 그림

VR(가상 현실), AR(증강 현실), MR(혼합 현실)를 통틀어 지칭하는 XR와 미술을 접목한 것이 ‘XR아트’다. 김 대표는 한 공대 교수의 제안으로 가상 현실과 미술을 연계한 연구에 참여했다. 김봉관 작가, 김대석 테크니션도 동참했다. 가상 현실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1년 이상 연구해 보니 예술 도구로서 가능성이 보였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젊은 부산 작가들과 기술을 공유해 보자며 이들 세 사람이 뭉쳤다. 3차원 페인팅 프로그램 ‘틸트 브러시’를 활용해 작가들을 가르쳤다. 김지영 대표는 “구글이 예술가를 직접 고용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회화 작가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 느낌이 나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봉관 작가는 “디지털 세계의 조형성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데 한계를 느끼던 중 XR를 접했다. 실제로 해 보니 엄청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작가들도 헤드셋을 쓰고 3차원에 그림을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들의 소식을 들은 부산화랑협회 쪽에서 연락해 2020BAMA 특별전이 성사됐다. 이번 전시에는 VR 작가 7명과 하이테크 작가 3명 등 부산 작가 10명에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인 광주의 작가 3명도 참여한다. 김봉관, 박자현, 강민석, 김민정, 왕덕경, 이선옥, 강시라, 김영현, 박자용, 정서영, 임용현, 문창환, 김명우 작가가 VR, AR,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레이저 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보여 줄 예정이다.

신체 표면을 표현하던 박자현 작가는 고양이 몸속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왕덕경 작가는 빈 유리병을 이용한 설치 작품 안에서 꽃이 피어나게 한다. 박자용 작가는 악기에 빔을 쏘아서 음악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친다. 김봉관 작가는 ‘황금밀밭’ AR로 전시장 천장과 바닥을 덮는 작업과 은하수 오브제에 AR를 덧씌우는 작품을 선보인다.

XR 기술은 작가에 따라 기존 작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아예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작가 입장에서는 작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 도구를 얻는 것이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직접 경험을 통해 예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자용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도 기술 발전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XR아트’를 하는 작가층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XR 기술을 접목한 작품은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 높은 디지털 콘텐츠로도 시선을 끈다. 영산대에 있는 부산문화플랜 연구실 인근의 영화학과 교수도 작가들의 작업에 관심이 많다. 김봉관 작가는 동시대 기술을 접목한 ‘XR아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길을 여는 동시에 ‘줄기세포’처럼 활용 여부에 따라 미술계의 개념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지영 대표는 “일반 VR 콘텐츠를 보면 시각적으로 호소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초가 탄탄한 시각 예술 작가들이 작업한 결과물은 다르다. 그는 “어느 시점이 되면 이 작가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작가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XR아트’를 부산이 선도할 수 있도록 시와 지역 미술계가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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