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적선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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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구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 전문역

현재 우리나라의 컨테이너와 전략물자의 국적선사 적취율은 각각 약 45%, 60% 수준이며, 특히 미국, 유럽 등 원양항로 수출입 컨테이너의 국적선에 의한 수송비율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 무역업체들이 운송권을 포기하면서 해외의 거래 상대방이 선박회사나 국제물류주선업체를 지정하게 하는 무역조건을 선호하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보통 우리나라 무역업체들은 국가 간의 무역거래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거래조건에 대한 표준 해석규칙인 인코텀스(INCOTERMS) 조건 중에서, 수출 시에는 국제운송에 관여치 않는 본선인도 조건이라고 하는 FOB조건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수입 시에도 국제운송에 관여치 않는 운임보험료포함조건인 CIF 조건을 주로 선호하기 때문에 상대국의 거래처가 지정하는 선박회사 혹은 글로벌 국제물류주선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이 국제운송권을 포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거래상대방이 요구해서’란 응답률이 55% 정도이지만 ‘오랜 업무 관행상 불편함이 없어서’ ‘국제물류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나 전문인력 부족’ 등 때문이라고 응답한 업체도 약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수출입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예를 들어, 수출 시 국제운임을 지불하는 CIF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면 수출기업은 수출자의 편의에 따라 선적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여 물류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 만성적인 창고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수출업체가 지급한 국제운임과 보험료 등은 기업의 매출액에 포함하므로 기업의 매출 외형을 더 키울 수 있어 대출 등 금융거래 시 유리할 수도 있다. 더욱이, 우리 기업이 국제운송 및 보험료를 부담한다면 비교 견적을 받아보아 여러 운송업체 중 합리적 선택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외국적 선사의 국내 시장잠식이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국적선 이용에 대해 화주 기업들의 애국심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국제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적선사나 우리 국제물류주선업체의 국내 화물 유치를 위한 획기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대만, 호주 등은 ‘자국선자국화주의’를 표방하면서 정부가 지정하는 주요 전략화물은 반드시 자국선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수출입 업체들이 기존의 관행을 깨고 무역조건 방식의 변경을 통해 국적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방안 중의 하나는 세제지원이 될 수 있다. 즉, 수출입 시 국제운송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무역업체에 대해 일정액의 조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80%의 응답기업들이 조세지원이 있을 경우 무역조건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고 있다. 유사한 제도로서, 우리나라의 제3자 물류 산업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이미 국토부 주도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제조업이 지출한 물류비용 중 제3자 물류비용이 직전 과세연도에 지출한 제3자 물류비용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3%(중소기업의 경우에는 5%)에 상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이러한 국적선 이용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방안에 수출입 업체가 관심을 갖고 응답할 경우 우리나라 해운과 물류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큰 박수 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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