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76) 대도시 군중과 집단 행동을 주목한다, 뮌(MIOON) ‘관광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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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과 최문선으로 구성된 뮌(MIOON)은 대도시를 살아가는 군중과 집단의 행동에 주목하고 이들이 직면한 문제와 사회적 의미를 영상·설치 작업으로 보여 준다.

군중에 대한 관심은 뮌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거대한 공권력과 대치한 시위대를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들의 관심은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파생된 대도시의 소비 문화, 획일성과 집단주의 등 사회 구조 안에서 집단과 군중을 통해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들로 확장된다.

‘관광객 프로젝트’는 2003년에 제작된 영상·설치 작품으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의 피라미드, 뉴욕 맨해튼,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 몰린 인파를 영상으로 보여 준다. 깃털로 만들어진 대형 스크린은 뒤쪽에 설치된 4대의 선풍기로 인해 계속해서 흔들리고 그 위에 영사된 관광객의 영상은 시간에 따라 형태가 흐릿해지다 선명해지기를 반복한다.

뮌은 독일 유학 시절 유명 관광지를 방문한 단체 관광객이 버스에서 내려 가이드의 설명만을 듣고 관광지를 제대로 경험할 시간 없이 사진으로 기록만 남기고 떠나는 모습을 봤다. 관광객이 일상의 공간을 떠나 다른 문화와 역사를 경험하고 견문을 넓히며 성장하는 주체가 아니라, 타인이 지정해 주는 장소에 가서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집단 행위에 주목했다.

뮌은 관광이 하나의 산업이 되어 버린 현실과 본질을 망각한 채 유명 관광지에 다녀온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집단의 가벼움, 획일적인 취향, 쉽게 모였다가 흩어지는 군중의 속성을 깃털, 선풍기의 바람,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드러낸다. 뮌의 작품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인 구조와 현대인의 욕망이 무엇인지 사유하게 한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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