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륙도 중학생 익사, 무슨 일이?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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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초간 동영상 촬영하다 2분 뒤에 119 신고 전화

속보=부산 오륙도 앞바다에서 수영하던 중학생이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부산일보 8월 6일 자 10면 보도)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일행들이 영상을 찍고 웃느라 신고가 늦었다’는 주장과 ‘고의로 방치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시간대별로 사고를 재구성한다.

오후 2시 40분 일행 현장 도착
A 군 먼저 입수 후 파도 휩쓸려
장난인 줄 알고 동영상 촬영
오후 3시 3분 119 구조대 출동
아버지 “아무도 위험 몰랐다니
엄정·정확한 수사 진행됐으면”

12일 부산해양경찰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 40분께 남구 오륙도 선착장 인근 자갈해변에 중학생 10명이 도착했다. A(14) 군과 한 살 어린 일행 9명은 수영을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 A 군은 오후 3시께 나머지 일행이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다.

당일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 A 군은 입수하고 얼마 뒤 파도에 휩싸였다. 당시 해변에 있던 일행들은 A 군이 허우적거리자 장난인 줄 알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27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일행들은 ‘119 불러 달라는데’라며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상황을 인지한 한 명이 오후 3시 2분 119로 신고했다. 소방 등에 따르면 해경과 119 구조대는 오후 3시 3분에 출동했다. 해경이 구조한 A 군은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해경과 119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한 시각과 A 군을 구조한 시각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은 수심이 매우 깊어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근 해변에는 ‘연안사고 위험 경고, 이 지역은 너울성 파도, 수심이 깊은 지역으로 물놀이 사고의 위험이 높은 지역이니 야간 및 기상 악화 시 출입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표시판이 서 있다.

목격자 B 씨는 “당일 오륙도 앞바다로 낚시 갔다가 바람과 너울이 심해 위험하다 싶어 조기 철수를 했다. 119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이송하는 모습을 봤는데 딱 봐도 너무 어려 보였다. 결국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머지 일행은 만 13세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해경은 조만간 이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아이들은 미성년자라 부모와 함께 경찰서로 불러 조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A 군의 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하게 죽은 A 군의 원한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12일 기준 14만 명 이상이 공감했다. 인터넷에는 당시에 A 군과 현장에 함께 있던 일행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A 군의 아버지 C 씨는 ‘일행의 대처가 늦었고, 이후에도 반성이 없는 태도로 일관한다’고 호소했다. C 씨는 “당시 일행 한 명이 튜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9명 중 한 명도 아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바로 인지하지 못한게 안타깝다”면서 “사고 이후 아이들이 ‘청원 올라가도 처벌 안 받는다’는 식의 발언을 자신들의 단톡방에 한 걸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늘에 있는 아들을 위해 그냥 멍하게만 있을 수 없어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고 싶다. 엄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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