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나섰던 ‘4연임 금지’ 놓고 여야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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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4회 연속 당선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민형배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 횟수를 합해 총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은 의원 후보로 등록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일명 ‘국회의원 신뢰회복법’을 12일 대표발의했다. 맹성규·최기상·김승원·문정복·윤재갑·이탄희·민형배·유정주 민주당 의원과 초선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與 실세 윤건영·민형배 대표발의
여야, 취지 공감 속 다선들 반발
통합 “선점 이슈 놓쳐” 비판 부담
민주, 반대 땐 ‘기득권’ 눈총 우려
전문가 “개헌 안 하면 위헌 시비”



미래통합당에선 정강·정책특별위원회가 지난 11일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4연임 금지 방안’을 정강·정책 초안에 담아 당 지도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일 지역’ 등 세부규정에 차이가 있지만, 4번 연속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기본 취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반응은 갈린다. 특히 여야 가릴 것 없이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있다. 다만, 민주당과 통합당이 동시에 ‘정치개혁’ 깃발 아래 국회의원의 지나친 연임을 제한하는 문제를 거론한 터라 찬반 논란과 별도로 여야 간 미묘한 신경전, 시쳇말로 ‘눈치작전’ 양상도 비친다.

윤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법안은 지역·비례 상관없이 3연임까지만 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고, 통합당이 논의 중인 안은 지역구 3연임만 제한하는 것이라 하니 약간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는 같다. 기왕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통합당도 이 법이 통과되는 데 협력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정강·정책특위 연임 제한 정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기류를 보인 통합당 비대위를 향해 공개적으로 법안 통과를 압박한 셈이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난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인데, 연임 제한을 최종 정강·정책에서 삭제할 경우 ‘선점’했던 정치개혁 이슈를 민주당에 빼앗길 수 있는 만큼 고심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여권 실세로 분류되는 윤 의원이 뒤늦게 법안을 발의하면서 오히려 중진 의원이나 지도부가 쉽게 반대할 수 없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며 “속으로는 부글부글할 수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통합당의 정강·정책 논의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경우 야당에서도 논의하는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기득권 유지 세력’ 꼬리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친문(친문재인) 지지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법하다. 윤 의원은 법안 통과를 “국회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여야 초선 의원 사이에는 찬성 기류가 많지만, 해당 법안이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비슷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다. 2017년 11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원 4선 연임제한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당시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의 ‘국민의원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며 주목을 받았다. 방송인 유재석 씨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나타나 이용주 의원에게 연임 금지법 입법 상황을 묻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됐었다. 유 씨는 방송에서 “이 법안이 제일 걱정이었다”고 했는데, 법안은 상임위에서 잠들었다. 현재 당권에 도전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 3선에 성공한 통합당 하태경 의원(당시 바른정당) 등이 당시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지자체장 3연임 제한에 2006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을 동일선상에 넣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한 헌법 42조를 변경하지 않고 임기를 제한할 경우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 아울러 국민들의 선택으로 국회의원 ‘물갈이’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활발한 국내 정치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4선 이상 중진의원은 20대 51명에서 2020년 33명으로 줄었다.

찬성 쪽에서는 다선 의원들이 당내 헤게모니 장악이나 지역구 관리에만 신경을 쓰면서 정당 문화를 후진적으로 만들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공직 순환근무 실현의 공익적인 측면이 크다는 의견 등이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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