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당 아냐” 부산시의회 민주당 ‘시정 견인’서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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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들이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의정 활동의 목표를 ‘시정 견인’에서 ‘비판과 견제’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더 이상 여당이 아니다”며 부산시에 대한 비판과 견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기저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과 사퇴 등 시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시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거돈 성추행·유재수 비위 등에
“제 목소리 못내” 자성론 비등
대심도 중단·교통공사 수사 촉구
부산시 행정에 강한 비판 기류
총선 패배 영향 위기감 느낀 듯

■연일 쏟아내는 ‘비판과 견제’

부산시의회 민주당 박민성, 김문기, 도용회 시의원은 지난 11일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와 관련해 부산시를 상대로 대시민 사과와 공사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노기섭, 이용형, 김민정 시의원도 가세했다.

지난 10일에는 민주당 정상채 시의원이 “부산시는 부산교통공사 인사비리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표식(동그라미) 표기로 승진자를 택한 부산교통공사의 승진심사는 인사권의 사유화로 발생한 관행 범죄”라며 “부산시는 범죄 행위를 기관경고로 끝내며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허남식, 서병수 전임 시장 시절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퇴직한 공무원이 최근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부산시 산하기관의 요직에 임명된 것을 두고 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여당이 아니다”며 “집행부(부산시) 견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변에 토로하기도 했다.

부산시의회는 시의원 47명 중 4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같은 당 소속인 오거돈 시장이 당선되면서 전반기 시의회는 비판과 견제, 감시 기능보다는 시와 협치 기류가 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시정에 공백이 발생하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후반기 시의회는 시와 협력, 조화에 더욱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조철호 원내대표도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시정을 견인하는 강한 의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기류 변화 왜?

부산시의회 내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비리, 오 전 시장 성추행 비리·사퇴, 오 전 시장 핵심 측근 신진구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 복귀와 재임용 등에 침묵했던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자성론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 오 전 시장의 비위, 의혹투성이였던 신 보좌관의 복귀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폭우로 3명이 숨진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한 부산시의 부실했던 대응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비판과 견제, 감시로 선회하는 시의회 민주당의 움직임은 시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의회 민주당 내부에서 “더 이상 여당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 것도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는 비판과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압승했지만 부산에서는 당초 6석 중 3석을 빼앗겼다. 여기에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비위와 사퇴는 다음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다음 지방선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당론보다는 개개인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중요시하며 시의회 본연의 비판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전반기 때는 의장 등 집행부가 시의원 개개인의 의정 활동을 체크하고 팩트를 재확인하는 등 컨트롤을 했지만, 후반기 들어 집행부가 의정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다음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당론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더욱 신경 쓰며 각자도생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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