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감천·비석마을… 소설 속에서 부산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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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산 / 임회숙 외

<소설 부산>은 국내 젊은 작가 7명이 그려 낸 부산 이야기다. 임회숙, 곽재식, 송재현, 목혜원, 김경희, 백이원, 김이은 작가의 단편 7편이 실렸다. 이들 중에는 부산이 고향이거나 부산을 터전으로 활동하는 작가도 있고, 그저 부산과 인연이 닿아 있을 뿐인 작가도 있다.

젊은 작가 7명이 그려 낸 7色 단편
다양한 멋과 개성 품은 부산 이야기

책은 출판사 아르띠잔이 기획한 누벨바그 시리즈로 제주, 도쿄, 뉴욕에 이어 나온 네 번째 테마 소설이다. 작가들은 세계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에서 장소성을 한껏 표출한다. <소설 부산>에서도 부산이란 장소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회숙 소설가는 ‘흔들리다’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소설에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산복도로, 영도 깡깡이마을, 서구 암남동 혈청소가 장소로 등장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석, 필리핀 엄마를 둔 동철, 부유한 집안인 민수는 친한 친구다. 일용직 노동자인 영석의 아버지는 어느 날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옥상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고 만다. 불운하게도 아버지를 말리기 위해 건물 아래 있던 엄마는 아버지한테 깔려 식물인간이 된다. 그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을 떠돌고 영석은 그 후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영석은 어묵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지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매일 같이 자기를 찾던 동철과 민수의 방문이 뜸해지고 혼자 밤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난하고 미래조차 없어 보이는 영석이지만, 삶의 버팀목인 이웃과 친구를 만나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따뜻하게 그렸다.

백이원의 ‘떠나간 시간의 음’에는 부산 비석마을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요 인물은 ‘58년 개띠’로 부산 비석마을에서 태어난 김중근.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가장의 쓸쓸함을 포착한 작품이다. 김중근은 공동묘지 터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늘 방구석에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놀아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인천 공단에 취직한 김중근은 ‘고래’라는 동료를 만나 무리에 섞여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노동 운동을 위해 위장 취업했던 고래 덕분에 민주화, 노동 운동과 같은 시대의 큰 흐름에도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송재현 작가의 ‘부산에서 김설아 찾기’는 중·고등학교 동창을 찾기 위해 부산에 오는 해란의 이야기다. 해란이 친구 김설아를 찾기 위해 해운대역, 마린시티, 센텀시티, 광안리까지 부산 곳곳을 헤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목혜원 작가의 ‘포옹’은 세 남자의 무력한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옛 해운대역 뒤편의 카페가 장소로 등장한다. 한 남자의 불안과 허무를 다룬 김경희의 ‘불면의 집’에는 광안대교가 내다보이는 초고층 아파트가 배경으로 나온다. 이처럼 비릿한 바다 내음이 나는 북적북적한 도시, 부산이 품은 다양한 맛과 색깔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임회숙 외 지음/아르띠잔/256쪽/1만 2000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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