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뿐인 ‘U시티 부산’, 광통신 특등급 기준 8년간 적용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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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U시티’를 표방하며 건축허가 때 초고속 정보통신시설을 최고등급으로 설치하도록 기준을 만들어 놓고도 8년 넘게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가 다르게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량도 늘어나는 IT 환경을 외면한 것이다.

건축위 심의기준 ‘있으나 마나’
대부분 아파트 1등급으로 시공
부산시 “강제규정 없다” 뒷짐만
낮은 등급 이사 때 장비 호환 안 돼
입주민만 시설 교체로 ‘골머리’

■유명무실 건축 심의기준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2년 7월 부산시 건축위원회 일반건축물 심의기준을 제정하면서 17조에 ‘U시티’ 조항을 포함시켰다. 내용은 건축물 기능 향상을 위해 초고속정보통신은 ‘특등급’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같은 시점에 제정된 부산시건축위원회 공동주택 심의기준에도 U시티와 관련해 일반건축물 심의기준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이 기준은 상위법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32조(통신시설)에 따른 것이다. 여기서는 주택에는 세대마다 ‘초고속정보통신’을 할 수 있는 구내통신선로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2001년 4월 신설)한다.

이처럼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에 초고속정보통신을 특등급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기준을 만들어 놓고도 부산시는 그동안 건축심의 때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위원회는 월 1~2회 정도 열린다. 건축계획, 교통, 시공, 소방, 설비 등의 분야 전문가 10~20명이 참여한다. 하지만 통신 분야 전문가는 거의 참여하지 않아 간과되기 십상이다.

특등급과 1등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특등급은 각 가정으로 광케이블이 들어간다. 또 디지털 방송용 광수신기, 광선로 종단 장치(FDF)를 설치해야 한다. 광통신에 필요한 장비들이다. 인터넷, TV, 전화 등과 연결할 수 있게 방마다 인출구(일종의 잭)가 4개 갖춰져야 한다. 1등급은 가정에 UTP선(랜선)이 2개 들어간다. 인출구도 방마다 2개다. 통신 분야 관계자는 “광통신은 속도와 대역폭(순간이동량) 측면에서 월등하다”며 “우리나라 전역에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는데 1등급 아파트의 경우 각 세대로 들어가는 과정에 UTP 방식으로 바뀌어 광서비스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특등급과 1등급은 인증 기준 자체도 다르다. 대표적으로 통신선로가 지나가는 공간(건물간선계)도 특등급은 1.12㎡(깊이 80㎝), 1등급은 0.24㎡(깊이 30㎝) 이상이다. 특등급을 맞추려면 훨씬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의 건물(아파트·오피스텔·업무시설) 중 특등급 비율은 29%다.

이처럼 기준이 다르다 보니 특등급 아파트에서 살다가 1등급 아파트로 이사할 경우, 장비 호환이 안 돼 인터넷을 새로 깔아야 하는 불편이 크다. 반대의 경우는 가능하다. 광통신 서비스를 받으려면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통신사들이 4~5년씩 자사 서비스 이용을 강요하기도 한다.



■비용 아끼려 특등급 외면



건축 시행자들이 특등급 대신 1등급을 선호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보통 세대당 설계비가 50만 원 정도 더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주로 1등급으로 설계된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평당 건축비이기 때문이다. 건축심의 단계에서 부산시가 강제하지 않으면 1등급으로 짓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체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특등급을 적용하는 건설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원개발이다. 동원개발 기전부 관계자는 “특등급이든, 1등급이든 당장 서비스를 받기에 큰 차이는 못 느끼겠지만 앞으로 정보통신 분야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고, 인프라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10년 전부터 특등급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LH 같은 공기업이 조성해 공급한 택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대개 최고 등급을 적용한다”며 “명지신도시, 물금신도시, 진주혁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특등급 기준이 강제규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조헌희 건축정책과장은 “심의기준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심의위원들이 적용 여부를 정한다”면서 “건축주에게 특등급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규제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산시도 특등급 적용의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한다. 조 과장은 “부산 시내 아파트에서 얼마나 특등급이 적용되는지 파악한 뒤 전문가 자문을 거쳐 건축심의에서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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