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윤활유 창고 불나자 6㎞ 떨어진 양산에 검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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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윤활유 첨가제 창고 화재가 인근 양산지역은 물론 낙동강에 위치한 취수장으로 불똥이 튀었다. 양산지역에는 검은 비가 내리고, 고농도 악취까지 발생해 시민들이 잠을 설치는 등 관련 민원도 쇄도했다.

12일 낮 김해 상동면 창고 화재
기름 재, 바람 타고 빗물에 섞여
물금읍 등 악취·구토 민원 쇄도
인근 물금취수장도 한때 긴장

양산시 긴급대책반 직원이 13일 오전 경남 양산에 내린 기름 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13일 양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1시 38분 김해시 상동면 한 윤활유 첨가제 보관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창고 4개 동을 모두 태웠다.

화재 당시 창고에는 인화성 물질인 윤활유 첨가제 400여 개(개당 200L)가 보관돼 있어 소방당국이 진화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는 발생 12시간 만인 이날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상당량의 윤활유 첨가제 등 화재 과정에서 발생한 기름 재가 대기를 타고 인근 대포천과 낙동강은 물론 6km 이상 떨어진 양산지역까지 날아갔다. 기름 재는 때마침 내린 빗물과 섞이면서 양산 일부 지역에는 검은 비가 내렸다. 특히 이날 오후 10시를 넘어 양산신도시인 물금읍을 중심으로 동면과 원동면, 양주동, 삼성동 일대에서 고농도 악취로 인한 수면 방해와 두통, 구토를 호소하는 민원 수백 건이 쇄도했다.

양산신도시의 한 주민은 “이날 오후부터 갑자기 발생한 악취로 인해 목과 코에 통증이 생기고 눈까지 따가웠다”며 “악취가 새벽까지 계속돼 잠까지 설쳤다”고 주장했다.

악취 등 민원이 잇따르자, 양산시와 양산소방서 등이 13일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김해 윤활유 공장 화재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기름 재가 바람을 타고 양산지역으로 넘어와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부산과 양산 취수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2일 화재가 발생하자, 실시간으로 취수장 수질을 감시하기도 했다.

부산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물금취수장이 화재 현장 인근의 김해 대포천과 400여m가량 떨어진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며 “최근엔 낙동강 중·상류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유속도 빨라져 대포천의 물이 낙동강으로 유입도 쉽지 않고, 유입되더라도 하류 지역으로 바로 흘러서 취수장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해시와 양산시도 기름 재가 낙동강 본류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김해 대포천과 양산 화제천에 오일펜스와 흡착포를 설치하고 윤활유 첨가제 제거 작업을 벌였다.

양산시 관계자는 “12일 밤과 13일 오전 기름 재로 인한 악취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 호소가 잇따랐다”며 “신속한 조사와 함께 후속 조치를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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