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수도 이전’ 개헌 절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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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비교공법학회장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위를 구성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8·29 전당대회에서 채택할 강령 개정안에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영하기로 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선거공약으로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고, 당선 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안했다. 2003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2004년 1월 16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법률 제7062호로 공포되어 그로부터 석 달 후 시행되었다.

당시 이 법은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했다. 그런데 국민들이 청구인이 되어, 이 법이 헌법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서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행정수도 이전’ 논쟁 다시 불붙어
2004년 헌재 위헌결정 내렸지만
‘절대 금지’ 아니고 국민 논의 가능

‘서울이 수도’ 인식 변화 여부가 관건
여당 힘으로만 밀어붙여서는 안 돼
국민투표 통한 국민 뜻으로 결정해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중요 논점은 행정수도 이전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하여 여전히 숙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주된 견해는 이렇다. 첫째, 시대 변화에 따라 관습헌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수도 완성이 필요하다. 셋째, 여야가 합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의 결단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던 관습헌법 사항으로서의 ‘서울이 수도’라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는가. 관습헌법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관행의 존재성, 반복·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국민적 합의의 존재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가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여야의 합의에 기한 입법 차원의 결단’만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한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관습적 헌법도 헌법의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해당 주요 내용이 새로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번복되지 않는 한 일반적 효력이 인정되어 계속해서 유효하다. 따라서 당시의 헌법재판소가 주문했던 가장 중심적인 헌법적 요청인 ‘헌법 제130조의 절차 준수로서의 국민투표에 의한 결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헌법적 절차인 것이다.

헌법상 국민들에게 부여된 국민투표권은 두 가지 경우에 인정된다. 하나는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필수적 국민투표로서 헌법개정의 경우이다. 나머지 하나는 헌법 제72조에 의거한 임의적 국민투표로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관한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의 경우이다. 우리 헌법은 헌법개정 방법을 2단계로 정하고 있다.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국회에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다음,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 통과되도록 되어 있다. 국민의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에서의 충분한 찬반논의와 의결, 그리고 그 의결안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라는 2단계를 반드시 모두 거치도록 한 헌법제정권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간과해서는 안된다.

행정수도 이전 결정은 거대 여당만의 힘으로, 여야 간의 합의만으로, 정책적 판단의 대상으로 밀어붙일 사항이 아닌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 내용이 항구적인 금과옥조는 결코 아니다. 국민의 뜻을 굳이 묻지 않고 새로운 법률을 만들고 국민들 중 일부가 그 법률의 위헌성을 다시 헌법재판소에 묻는다면, 그리고 재판부가 이전의 결정을 번복해서 합헌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고, 헌법 제130조에 의한 헌법개정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가 수도 문제라면, 그 판단은 선출된 권력이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건 간에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한다. 국민들의 뜻을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헌법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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