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미와 감동, 저널리즘… 다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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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영상콘텐츠팀장

부산일보는 최근 ‘다비줌’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선보였다. 기존에 있던 채널 ‘웨이브(wave)’의 이름이 워낙 흔해 독특하고 검색이 잘 될 만한 이름을 고민하다가 사투리를 응용해 만든 이름이 다비줌이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은 ‘다 보여준다(경상도 사투리로 다 비준다)’는 의미다.

부산일보 유튜브 메인 채널과 달리 언론사가 만든 것 같지 않은 채널을 표방하고 있다.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에 가까운 신문사의 색깔을 숨기고, 가볍고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다. 그러나 조금만 유심히 보면 부산일보의 서브 채널이라는 게 들통날 수밖에 없다.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 인터뷰 영상
‘살아남은 형제들’ 폭발적 조회 수 기록
‘다비줌’ 채널은 정보·오락 결합 새 시도
다양한 시각·콘텐츠 담으려 지속적 노력

일단 부산일보에서 ‘슬기로운 호구생활’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이승훈 기자가 다비줌에 등장한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기자는 여전히 호구 캐릭터를 못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부캐(새로운 캐릭터) ‘날라-리(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날라‘주는 ’이‘ 기자)’로 활동 중이다.

날라-리는 독자의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별의별 고생을 다 사서 한다. 도시철도 한 코스 정도는 냅다 뛰는 게 빠를지, 열차를 타는 게 빠를지를 검증한다며 한여름에 전동차와 무모한 달리기 시합을 벌인다. 또 장산범(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린다는 흰색 털을 가진 귀신)을 봤다는 초등학생의 목격담을 검증하겠다며 등산에 나섰다 산길에서 미끄러지는 몸 개그를 선사하기도 한다.

각종 사건사고 영상을 비롯한 뉴스 콘텐츠는 부산일보 유튜브 메인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TV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살아남은 형제들’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참혹했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 구술사 프로젝트다.

그 중에서도 여성 피해자 박순이 씨의 사연은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 수만 182만 회(17일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페이스북 ‘좋아요’ 3만 1000명, ‘공유’ 6600회를 기록했고 ‘댓글’도 5000개에 이를 정도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자극적으로 연출된 영상이 아닌, 묵직한 주제의 저널리즘 콘텐츠도 얼마든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

지난 15일 업로드 된 임봉근 씨 인터뷰에서는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일가가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호주의 한 골프장 실소유주가 박 원장이 맞다는 증언을 최초로 공개해 향후 박 원장 일가의 재산 부정축재를 밝힐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롯터뷰’(롯데 자이언츠+인터뷰)를 비롯한 롯데 자이언츠 관련 콘텐츠는 지역의 야구팬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선보인 롯터뷰의 경우 인터뷰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질문 내용까지 독자들의 참여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좋은 질문을 준 독자에게는 사인볼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대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대 맞춤형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생 인턴들이 제작하는 ‘인턴 뭐하니’와 KTV(한국정책방송원)의 옛날 영상을 활용한 ‘라떼극장’이 대표적이다. 인턴들은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를 통해 서로의 성격을 알아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기도 하고, 일명 ‘트능(트렌드 능력고사)’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기도 한다. 라떼극장은 부산일보가 올 5월 전국 신문사 최초로 21일 KTV와 콘텐츠 교류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대한늬우스’(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정부가 제작해 영화관에서 상영했던 영상 보도물)를 비롯한 KTV의 방대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제작하고 있다.

부산일보 채널에서는 볼 수 없지만 부산시 남부교육지원청, 동구청과 함께 교육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동구 이바구길 탐방을 영상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29일에는 부산일보 신문전시관에서 6개 학교, 마을 거점기관 3곳을 동시에 연결하는 온라인 마을수업을 부산 최초로 시도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정보와 재미, 저널리즘, 지역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까지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다 보니 소위 말하는 ‘대박’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고민도 한다. 그럼에도 부산을 대표하는 언론사로서 다양한 가치와 시각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가 없다. 앞으로도 다비줌을 비롯한 부산일보 동영상 채널은 독자가 원하는 것을 다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반의 반의 반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조언과 충고, 비판과 제안을 위한 댓글 창은 언제나 활짝 열어놓고 말이다.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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