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 처음”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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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보다 더 낮은 보기 드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0%대 기준금리’ 환경 속에서 대출금리 구조 차이와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은행 직원들조차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며 앞다퉈 2%대 신용대출을 받는 상황이다.

등급 따라 금리 1.74~3.76%
인터넷 전문은행 경쟁 등 영향
6·7월 두 달 연속 3조 육박 증가
“앞다퉈 2%대 신용대출 받아”
주택 관련 자금 수요로 추정
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에 촉각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 주담대, 전세대출이 막힌 가운데 이렇게 금리 메리트까지 더해지자, 신용대출로 주택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과연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 차원에서 남은 신용대출 창구마저 조일지 주목된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연휴 직전 14일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등에 따라 연 1.74~3.76%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주담대는 연 2.03~4.27%로, 신용대출 금리보다 하단과 상단이 모두 높다. 전세대출(연 1.55∼3.81%)과 비교해도 최저 금리는 전세대출 쪽이 유리하지만, 최고 금리의 경우 신용대출이 오히려 0.05%포인트 더 낮다.

이런 신용대출-주담대 금리 ‘역전’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대출금리 결정 구조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금리 하락 속도가 신용대출 쪽이 더 빠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주담대보다 기간이 짧아 단기 채권의 시장금리를 사용하는데 최근 단기물 금리 낙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 등에는 담보 설정 비용 등 고정비가 들어간다는 점도 차이를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촉발한 은행권 전반의 공격적 신용대출 금리인하 경쟁도 신용대출-주담대 금리 역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이 같은 저금리에 힘입어 국내 가계 신용대출 급증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신용대출 증가 폭은 이달에도 5대 주요 은행에서만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 48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에 비해 9영업일간 이미 1조 2892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 은행의 수치만 놓고 본다면 신용대출은 이미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6월 한 달간 2조 8374억 원이 증가한 데 이어 7월에도 2조 6760억 원이 늘었다.

전체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 5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 6000억 원이 늘었다.

신용대출 상당수는 주택관련 자금 수요로 추정된다.

한은은 지난 12일 “6·17 부동산 대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의 매매대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자금원으로서 신용대출이 더 문제가 되면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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