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쏟아붓고도 울퉁불퉁… 돈 먹는 기장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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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좌광천 자전거도로 노면 곳곳에 구멍이 생기고 갈라져 있다. 기장군의회 제공

부산 기장군 좌광천 자전거도로가 준공 이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거액의 관리 예산에도 노면에 구멍이 생기고 바닥이 뒤틀리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주민과 의회는 ‘혈세 구멍’이라는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사업비 38억 좌광천 자전거도로
잇단 침수·관리 부실로 노면 엉망
매년 6억가량 관리 예산 들여도
우레탄 바닥 구멍· 아스팔트 균열


17일 부산 기장군과 기장군의회 의원 등에 따르면 기장군은 좌광천 자전거도로에 2017년부터 올해까지 25억 원의 군 예산을 투입했다. 2015년 도로 준공 뒤로 매년 6억 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은 셈이다. 예산은 노면 정비와 관리 근로자 운영비, 예초 작업, 잔디 구입비 등 자전거도로 관리 전반에 사용됐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현재 좌광천 자전거도로는 우레탄 바닥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일부 구간에는 바닥 균열까지 발생한 상태다. 우레탄 재질의 바닥이 찢어져 4cm가 넘는 깊은 홈이 패인 곳도 목격된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기장군의 관리 부실로 안전 문제까지 불거졌다며 불만을 토로 중이다. 기장군민 이 모(42) 씨는 “이곳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바닥에 패인 홈이 많아 바닥만 보고 타야 할 정도다. 매년 투입되는 군 예산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돈을 쓰면서도 나아지는 게 없다는 건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14km 길이의 좌광천 자전거도로는 ‘건강 30리 길’로 통한다. 정관읍 병산골에서 정관신도시를 가로질러 임랑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자전거도로 개설에 투입된 총사업비만 38억 원에 달한다. 기장군은 지난 2014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구단위종합복구계획’을 세웠다. 당시 기장군은 좌광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천 폭을 20m 늘리고 인근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이게 현재의 좌광천 자전거도로가 됐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이 도로는 이미 올해에만 5차례 범람했다. 지난해에도 7~8차례 빗물에 침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잇단 침수에 관리 부실까지 겹치면서 자전거도로는 말 그대로 ‘예산 먹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이 도로에는 2017년 3억 1200만 원을 시작으로 2018년 11억 4000만 원, 지난해 6억 1800만 원, 올해는 4억 3500만 원의 예산이 정비 목적으로 투입됐다. 이마저도 하반기 자전거도로 노면 정비는 사업 계획에서 빠져 있다.

기장군의회가 ‘밑 빠진 독에 예산 붓기’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맹승자 기장군의원은 “좌광천 자전거도로에 예산이 사용되기는 한 건지,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만큼 노면 상태가 엉망이다. 자전거도로 1km당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셈인데도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수년간 계약이 이뤄진 2~3곳의 정비 업체 계약 등도 의심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장군은 이를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에 물이 고이거나 노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그렇지는 않다”며 “매년 수억 원의 군 예산이 투입되나 이는 범람 방지, 하천 정비 등 종합 예산이 포함된 것이다. 시민 안전을 위해 노면 상태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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