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의 영화세상] 연극이 끝나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평론가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찬란 제공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찬란 제공

좀비 호러 코미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B급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돌아왔다. 독학으로 영화를 배우고 만든 그는 일본 영화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의 감독이었지만, 그의 첫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개봉하고 나서 그는 일본 영화계의 ‘새로움’ 그 자체가 되었다. 이 영화는 겨우 2개관에서 개봉했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 독특한 유머 세계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SNS를 통해 서서히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 결과 전국 350개관에서 상영하면서 2018년 개봉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수익을 거둔 영화가 되었다. 그해 우에다 신이치로는 시네필들의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을 다룬 영화라면, 이번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배우 지망생 카즈토가 사이비 종교 단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카즈토는 배우가 꿈이지만 조금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하기에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만다. 그로 인해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고, 집세도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신세다.


日 코미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고객 맞춤 연기 배우 파견소 이야기

엉뚱한 설정 속 사회적 메시지 담아


전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돌풍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표 B급 세계


카즈토는 5년 만에 동생 히로키를 우연히 만나고, 그는 배우 에이전시 ‘스페셜액터스’에서 함께 일하자는 솔깃한 제의를 한다. 스페셜액터스는 겉으로 봤을 때는 배우들을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 파견하는 에이전시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고객 맞춤 연기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사건을 해결해주는 고민해결사무소다. 게다가 배우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등 의뢰인들의 고민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즈토는 연기를 하고 싶지만 스페셜액터스에 들어간다는 뜻은 실전에 투입되어야 함을 의미하기에 주저하지만, 히로키의 끈질긴 설득에 배우로 나서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리나가 사이비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를 구해 달라고 하면서 이제 스페셜액터스 창사 이래 가장 큰 작전에 돌입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기발하고 엉뚱한 설정과 더불어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또한 종교단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인간 소외 문제 등 굵직한 문제들을 가볍고 경쾌한 시선으로 다루고 흥미롭다. 물론 감독은 이를 단순히 가벼운 시선만으로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카즈토는 연기를 못한다고 연출자에게 야단을 맞고 기절한다. 이때 관객은 카즈토의 모습에 웃음 짓지만, 이 기절이 무한반복 되면서 배우라는 꿈을 꾸는 그에게 안쓰러운 감정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신흥종교 집회에 위장 침투한 스페셜액터스 팀원들의 연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관객들은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의뢰받은 사건인지 헷갈리는 지점을 본다. 그리고 현실과 연극이 모호한 지점부터 카즈토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히어로를 연기하고 싶었지만 누군가 호통만 치면 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가 현실이 아니라, 연극의 상태에 있을 때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또한 스페셜액터스는 리나의 미션과 더불어 카즈토의 문제까지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스페셜액터스의 연극은 끝이 났다. 그리고 기절하지 않고 완성된 카즈토의 빛나는 히어로 연기도 보았다. 하지만 여기에 감독은 또 다른 반전을 숨겨 두었다. 감독은 연극(연기)라는 메시지를 통해 행복한 가짜 속에서 사는 것이 좋을지, 연극이 끝나고 다시 냉혹한 현실 속으로 돌아와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우리와 카즈토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에다 신이치로는 역시 단순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