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4) 뮤추얼 베네핏 ‘Love’s Crushing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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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추얼 베네핏(Mutual Benefit)은 싱어송라이터 조단 리(Jordan Lee)의 1인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정해진 멤버 없이 음악의 성격이나 콘셉트에 따라 다른 뮤지션들이 앨범에 참여합니다. 텍사스에 거주하던 조단 리는 여러 뮤지션과의 연주 녹음을 위해 거처를 보스턴으로 옮겨 앨범을 마무리하기도 했는데요. 많은 동료 뮤지션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이 음악들은 2013년 ‘Love’s Crushing Diamond’라는 타이틀로 발매됩니다.

이 앨범은 기존 디지털로만 발매되던 뮤추얼 베네핏의 음악이 LP를 통해 실물로 팬들과 만나게 했습니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그룹의 음악을 주목받게 합니다. 대중음악 잡지 ‘피치포크’에서 ‘Best New Music’으로 선정되며 비평가의 호평을 이끌어내지요.

이 앨범은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핸드 드럼, 타악기 등이 함께 어울리며 사색적이고도 서정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특히 3번 트랙 ‘Advanced Falconry’는 앨범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곡 중 하나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들의 음악이기도 한데요. 가장 전통적인 포크 음악의 미덕과 실험적인 소리가 어우려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타악기의 쓰임새와 소리는 마치 아름다운 한낮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 주지요.

이 앨범은 발매가 되자마자 우연히 발견하고 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두었던 음악입니다. 몇 년간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어 있었지만, 꽤 오랫동안 재생이 되지 않고 있었답니다. 며칠 전 집으로 가던 차 안에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속보와 뉴스를 들으며 안타까움이 교차하던 중에 이 앨범을 오랜만에 재생해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잠시 들리지 않던 음악이 다시 들리며 잠시 이 앨범에 온전히 귀를 집중하게 되었지요. 신기한 것은 오래전 이 음악을 들었을 때와 지금 다시 들었을 때 전해 주는 정서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음악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경험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기에도 너무 전혀 다른 음악처럼 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음악이 저에게 순간이나마 희망과 긍정의 노래로 다가온 것은 곡을 만들고 녹음했던 뮤지션들 스스로가 자신의 음악 세계에 철저히 몰입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곡을 들으면 그들이 얼마나 몰입했는지 느껴집니다. 오롯이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며 흔들리지 않는, 조용하지만 강한 내면의 에너지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가장 큰 힘이지요.

음악가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위해 함께했던 순간까지의 진지한 음악적 여정과 시간은 결국 음악 속에 응축되어 아주 강한 향을 발합니다. 저는 요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하나씩 해 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뮤추얼 베네핏의 이 앨범은 이런 저에게 고민거리를 상담하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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