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민주화 지지’ 리투아니아 32㎞ 인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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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5만여 명의 리투아니아 시민들이 이웃 나라 벨라루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인간사슬’을 만들었다. AFP연합뉴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23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시위와 근로자들의 동조 파업은 지난 9일 대선 이후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민스크 시내 중심의 독립광장에는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시내 독립대로를 따라 행진한 뒤 독립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몸에 벨라루스의 독립을 상징하는 백색-적색-백색의 3색기를 두르거나 손에 꽃을 들고 행진했다.

5만여 명 참여 수도서 국경 연결
대통령도 참석 ‘자유로의 길’ 명명
벨라루스 ‘대선 불복 저항’ 2주째
수만 명 모여 루카셴코 퇴진 요구
시위대, 대통령 관저 진출 대치

시위 현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확성기로 해산을 종용했지만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은 독립광장 집회에 이어 시내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영웅도시’ 오벨리스크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했다. 시위대는 오벨리스크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군인들에게 ‘군대는 민중과 함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뒤이어 대통령 관저 앞까지 몰려가 관저를 지키고 있던 폭동진압부대 대원들과 대치했으며, ‘(루카셴코는)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그러나 대원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얼마 뒤 시내 중심가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국영통신 ‘벨타’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관저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대응이 뜨거울 것임을 알고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관저 근처에 모였던 시위대가 경호 부대의 총격 진압 등을 예상하고 도망갔다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또 다른 친정부계 텔레그램 채널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방탄복을 입고 손에 자동소총을 든 채 헬기에서 내려 관저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의지를 과시하는 동영상이었다.

이날 벨라루스의 이웃 나라 리투아니아에서는 5만여 명이 손에 손을 잡고 수도 빌리누스부터 벨라루스 국경까지 벨라루스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32km 길이의 인간사슬을 만들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유로의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인간사슬은 31년 전인 1989년 8월 23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각각의 수도에서 수도까지 100만 명이 소련의 점령통치 종료를 촉구하며 만들었던 인간사슬 ‘발트해 연안의 길’을 연상시킨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인간사슬을 만든 이들은 ‘벨라루스 국민들은 자유, 공정, 민주 선거를 누려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인간사슬 만들기에는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을 비롯해 발다스 아담쿠스와 달리아 그리바우카이테 전 대통령과 외교관, 군인 등이 참여했다.

한편, 최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대선 후 신변 안전 문제로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이 권력을 잡더라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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