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처마 밑 공부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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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록 부산일보 청소년 기자(동해중3)

녹색의 자연 속에 교실이 있다면?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동해중 3학년 교실은 창틀 밖으로 넝쿨 식물들이 자라 얽힌 ‘녹색 처마’가 보인다. 난간 쪽으로 내린 수세미, 조롱박, 여주의 넝쿨에는 꽃이 폈고 화단의 난간과 연결된 와이어에는 열매가 맺혔다.

녹색 처마는 동해중 송인근 교장이 직접 조성한 작품이다. 올해 2월 코로나19로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에서 화단 밭 갈기, 지지대와 와이어 설치, 모종 심기 등을 직접 했으며 현재 무더위에도 잡초 뽑기, 열매 수확을 하며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1층 3학년 1반부터 3학년 3반 교실의 창틀 앞까지 만들었으며 앞으로도 더 확장해 넓혀 갈 계획이라고 한다.

동해중, 창틀 밖 넝쿨 식물 환경 조성
열매 활용·에너지 절약·정서적 안정

송 교장이 녹색 처마를 조성한 이유는 학생들이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식물이 성장 하는 과정을 학생의 눈으로 직접 생생하게 보면서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게 돕는 것다. 또 교실에 들어오는 햇빛을 막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촘촘히 얽혀 있는 푸른 식물들을 보며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도 있다.

3학년 육준영 학생은 “넝쿨이 덮인 곳에 못 보던 곤충들이 날아다니고 팔뚝만한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린 것이 신기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녹색 처마 밑 창가에 걸터앉아 친구들과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신 교장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녹색 처마는 동해중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수확한 여주로 차를 끓여 연이은 수업에 고생하는 교사들의 목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김경은 교사(영어)는 “향과 맛이 좋고 구수하며 몸에도 좋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수확한 조롱박은 미술 공예 재료로 쓰이고 수세미는 교무실 싱크대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송인근 교장은 조경업체에 의뢰해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었음에도 거의 모든 작업을 직접 했다. 모종을 직접 구매하고 넝쿨들이 올라올 지지대가 된 나무들은 고향인 밀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쓰면서 많이 힘들었다. 밭을 가는 것에만 한 달이 걸렸고 도중에 조금씩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자라나는 넝쿨들과 꽃을 보고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즐겁기만 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직접 조성한 학교 환경은 학생들의 즐거운 배움터로,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교사들에게는 오래도록 근무하고 싶은 좋은 직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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