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코로나19 시대… 비정상·비상식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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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사회부 차장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비정상, 비상식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 첫 발생지인 중국에선 초기 발병을 쉬쉬하다 사태를 키웠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수수방관하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불렀다. 방역 전문가와 의료인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마스크는 필요 없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20여만 명이 늘어나, 누적 확진자는 23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500만 명이 넘는다. 뒤늦게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왔던 뉴질랜드와 한국의 재확산 사례를 들어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매일 4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이지만, 세자릿수를 갓 넘어선 한국을 지칭해 황당하게도 “한국, 끝났다. 어제 대규모로 발발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물론 ‘끝났다’ 수준은 아니지만 엄중한 시기다. 방역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조금 빨리 찾아오긴 했어도, 2차 유행이 시작됐다.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넘어 3단계 시행이 임박한 분위기이다. 최근 국내 확산 과정에서의 모습들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걱정하는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답답한 뉴스들이 넘쳐난다.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방역수칙을 제대로 안 지키고 밀접·밀폐·밀집 환경에서 현장 예배를 하다 누적 확진자 800명을 넘기며 재확산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도 검사를 위해 찾아간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는 등 검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정부에 저항하고 있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의 검사 조치는 더디고, 지난 주말에는 부산을 포함해 전국 1000곳에 달하는 교회가 행정명령을 무시하면서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민들의 경각심을 느슨하게 하는 정부의 조치도 방역 경계태세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광복절 임시공휴일(17일) 지정은 일상으로의 복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란 메시지를 줬다. 주말에 외식하면 1만 원을 되돌려주는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는 시행 이틀 만에 확산세가 커지면서 취소되기도 했다. 줄곧 2차 유행을 대비해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면서 긴장도를 높여온 질병관리본부와는 달리,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오판한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둬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다. 실제로 최근 마스크도 안 쓰고, 주요 관광지나 유흥시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등 국민들의 경각심이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19 재확산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국민들이 보기엔 양쪽 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네탓’으로만 떠넘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논란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 숫자만 보이고, 정작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지만, 쏟아지는 말들이 국민들을 더 맥빠지게 한다. 이 와중에 의사 파업으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태풍까지 올라온다. 답답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hi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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