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부의 이상한 부동산 잡기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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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지난 2005년 건설교통부를 출입하고 있을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가 집권하던 시기다. 부동산을 잡겠다며 이틀이 멀다하고 정부부처 합동 대책이나 건교부 대책 자료를 내는 바람에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확대 등이 핵심이었다. 참여정부 기간 내 무려 대책 발표만 30여 차례에 달했지만 집권 5년 동안 집값이 50% 이상 올랐다. 당시 “집값은 못잡고 긁어부스럼만 냈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적지않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만에 벌써 20여 차례 대책을 내놨다. 물론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헛심’만 쓰고 있다. 집값은 계속 오르고, 막대한 세금 인상에 따른 비난론까지 일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시장 목소리 외면, 핵심라인에 경제전문가 적어
통계도 입맛대로… 통계의 정치도구화
이제라도 시장 꿰뚫어보는 안목 키워야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때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냈고, 당시 주요 인사들이 현재 청와대에 다시 들어와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습효과’는 제로인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참여정부 때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시장경제에 대한 현 정부 인사들의 이해도가 낮다.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이 경제 분야 전문가들보다 정치인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이나 전문가들 분석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선거득표 계산, 부의 배분 등 정치·이념 논리가 우선시 된다는 얘기다. 전 국민을 ‘부자’와 ‘서민’으로 구분해 부자에겐 부담을 지우고, 서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식이다.

사례는 많다. 문재인 정부이후 2년여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내리지 않자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해 공시지가 상향조정 등을 통해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고, 세입자에 대해선 주거 안정을 내세우며 전세 상한선까지 두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또한 현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은 불로소득”이라면서 환수에 적극적이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로또 분양’에 대해선 논외다.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이익이 덜한 상황에서 재건축 추진을 통한 공급 확대는 어렵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을 잡겠다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면 되는데 계층을 나누고, 세금을 선별적으로 거두고 하는 바람에 계층 갈등만 조장하고 집값 잡기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논리가 앞서면서 현실 왜곡, 자기모순 등의 행태도 잦다. 부동산 통계는 입맞에 맞는 수치만 쓰고, 전세 관련 수치는 정부·여당의 마음에 안든다며 아예 다른 기준까지 만들 작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발언직후 서울,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행진’이 나타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월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 기준)간 서울 집값은 34%가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통계 수치도 엿장수(집권여당) 마음대로다. 정부가 지난달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세값이 급등하자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한국감정원의 전세가격지수 통계방식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8년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상 소득분배가 악화되자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통계전문가들은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이 같은 ‘눈가리고 아웅식’ 해법과 책임회피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한때 집권 여당에 우호적이던 민심도 이젠 돌아선 모습이다.

60%를 넘던 대통령 지지도는 40%대로 떨어졌고, 미래통합당을 앞지르던 집권 여당의 지지도도 이젠 뒤쳐지고 있다. 현 정부는 집권초기 20년 장기집권을 내세웠지만 이대로는 단명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않다.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집값을 잡으려면 표심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먼저 시장을 꿰뚫어 보는 안목부터 키워야 하지 않을까.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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