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역 통영, 유해 선박 입항 안 된다” 주민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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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지역 어민단체는 24일 경남 통영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동조선의 화학물질 폭발 선박 해체 계획 철회와 해양수산부의 불개항장 기항 불허를 촉구했다.


“왜 하필 청정해역 통영인가.” 심각한 해양오염이 우려되는 고위험 폐기물과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화학물질을 실은 상태로 불에 타 골칫덩이가 된 대형 화물선 2척이 경남 통영에서 선박 수리와 폐기물 처리를 진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척은 폐기물 하역을 시작했고 1척은 입항을 앞두고 있다.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는 2차 오염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소 조선의 메카였던 안정산단이 폐기물 처리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화재 난 자동차운반선 입항 완료
유해 물질 적재 선박은 입항 신청
옛 성동조선소서 선박 수리 예정
굴 양식장 남해 어장 오염 우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5개 지역 어민단체는 24일 통영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바다 통영을 선박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 순 없다”며 “성동조선은 화학물질 폭발 선박 해체 계획을 철회하고 해양수산부는 불개항장 기항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지적한 위험 선박은 자동차운반선 ‘신세리티 에이스’호와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다.

신세리티호는 2018년 12월 닛산 자동차 3800여 대를 싣고 일본 요코하마를 떠나 미국으로 가던 중 하와이 인근에서 불이 났다. 국내 한 선사가 이듬해 국제 중고 선박 시장에 매물로 나온 화물선을 사들였고, 수리 후 재활용하려 국내 입항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불에 탄 자동차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은 불탄 자동차를 국가 간 이동을 엄격히 규제하는 ‘황색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폐타이어, 브레이크액, 부동액, 배터리 등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반입, 반출을 위해선 양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울산과 마산, 여수와 목포 입항이 모두 거부돼 남해안을 전전하던 화물선은 예인선 기름이 동나자 지난해 6월 통영 안정산단에 무단 입항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폐기물 반입 허가를 받아 낸 선주사는 지난달 폐자동차 하역 작업을 시작했다.

스톨트호는 지난해 9월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 중 폭발사고를 겪었다. 사고 당시 화물선에는 스티렌 모노머(SM) 5245t, 메틸 메타 크릴레이트(MMA) 889t 등 수십 종 2만 3000t의 화학물질이 실려 있었다. 이 중 SM은 소량만 유출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위험물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선주 측은 현재 울산에 있는 이 화물선을 안정산단 내 HSG성동조선(옛 성동조선해양)으로 가져와 남아 있는 SM 폐기물을 하역, 처리하고 재운항을 위한 수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기항 허가만 있으면 언제든 입항 가능하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청정 남해 바다가 전 세계 폐기물 선박, 위험한 화학물질 선박 해체 처리장으로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정공단과 맞닿은 바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 청정해역(수출용 패류 생산 지정해역)이다. 국내 최대 굴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데다, 다양한 어족자원이 풍부한 남해안에서도 황금어장으로 손꼽힌다.

스톨트호의 경우, 울산에서 통영까지 최소 130km 이상을 항해하며 부산항과 부산신항의 주항로는 물론 수많은 어업권이 밀집된 해역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유해물질 덩어리가 진해만 가덕수로를 통과해 통영으로 오는 과정부터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청정해역 이미지 훼손은 물론, 지역 수산물 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성동조선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를 핑계로 유해물질 덩어리를 끌어들이는 것은 지역사회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라며 “성동조선은 화물선 해체계획을 철회하고 해수부는 통영 기항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영시와 시의회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은 시민안전을 위해 사고 화물선 입항을 저지해야 한다”며 “청정바다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 입항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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