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日 총리 유력 스가 “아베 정권 확실히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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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일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일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고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다할 각오”라고 밝혔다.

스가, 자민 총재 선거 출마 선언
당 7개 파벌 중 5개 지지 확보
3파전 ‘포스트 아베’유리한 고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위해
김정은 위원장 직접 만날 용의”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활로를 개척하고 싶은 마음은 아베 신조 총리와 같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해서도 “여당과 확실히 협의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내각 관방장관으로서 총리 밑에서 일본 경제의 재생, 외교안보보장의 재구축, 전 세대형 사회보장제도의 실현 등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에 대처해 왔다”면서 “이런 (코로나19)국난 상황에서 정치 공백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주요 파벌이 지지를 선언한 스가 장관은 ‘포스트 아베’ 경쟁에서 하루 전인 1일 출마를 공식 발표한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날 임시 총무회를 열고 총재 선거와 관련해 8일 고시하고 14일 투개표를 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파벌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이하 소속 참·중의원 수)과 공동 2위인 아소파(54명)와 다케시타파(54명), 4위인 니카이파(47명), 이시하라파(11명) 등이다.

앞서 자민당은 전날 총무회를 열고 국회의원(현 394명)과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양원(참·중의원)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원 표의 70% 이상을 확보한 스가 장관에게 매우 유리한 약식 선거로, 일본 주요 언론들은 그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파벌 등의 표를 합산하면 294표(약 75%·이하 국회의원 표 기준)라고 추산했고, 아사히신문은 284표(약 72%)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국회의원과 도도부현 연합회 대표가 행사하는 전체 투표수(535표)의 53~55%를 확보한 셈이어서, 자민당 주요 파벌이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한 스가 장관이 차기 총재가 될 전망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자민당) 총재가 중의원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된다. 일본 여야는 이날 16~18일 임시 국회를 열고 16일 새 총리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스가 관방장관의 사고방식이나 역사관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출범 후 줄곧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던 그의 발언 중에서 한국에 대해 각을 세우는 내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자하는 발언 중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 관한 언급이다. 2013년 11월 19일 스가는 안중근 표지석 설치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우리나라(일본)는 안중근에 관해서는, 범죄자라는 것을 한국 정부에 그동안 전해 왔다”며 “표지석이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과의 역사 인식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2018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극히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다만 스가는 일본 정부 대변인이고, 한·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나온 발언들이라서 이를 스가의 사고방식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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