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마저 예술적 성취로 승화시킨 부산비엔날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온라인 개막식 관람기

위부터 2020 부산비엔날레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 감독이 영도 전시장 작품을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장면, 원도심에 전시된 노원희 작가 작품, 그리고 온라인 전시 장면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2020 부산비엔날레가 온라인으로 막을 올렸다.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주제로 11월 8일까지 65일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전시장, 원도심 일대에서 개최된다. 부산을 주제로 문필가 11명이 쓴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작업한 시각 예술가 67명, 음악가 11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우선 온라인으로 문을 열었다.

2020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5일 오후 4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온라인 개막식을 열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온라인 개막식에는 300명 이상이 접속해 2시간 동안 행사를 지켜봤다.

5일 개막해 65일간 대장정 시작
주제 ‘10장의 이야기와 5편의 시’
퍼포먼스·전시 투어·작가 소개…
현장감 있는 영상에 몰입도 높아
온라인이라 되레 관객 참여 확대

온라인 개막식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다. 1부는 개막 공연, 축하 인사, 전시 소개 등으로 구성됐다. 시각 예술가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와 협업한 허경미 무용단이 소설가 김숨이 쓴 작품 ‘초록은 슬프다’의 내용을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해외 작가들의 영상 메시지,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 감독·김성연 집행위원장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전시에 참가한 한국의 김희천 작가와 해외 작가 중 유일하게 부산을 찾은 비앙카 봉디 작가가 등장해 온라인 관객의 환영을 받았다.

비앙카 봉디 작가는 “2주 동안 격리된 경험은 방을 기반으로 하는 내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객들은 실시간 채팅방에 ‘자가 격리나 팬데믹이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구나’ 등의 댓글을 올렸다.

1부 마지막에는 부산의 사운드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다. 존느의 ‘기억의 영역들, 분홍빛 부산’과 오대리의 ‘뜬구름’은 지역의 여러 장소를 촬영한 사진에 독특한 음악을 더해 새로운 부산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2부로 넘어가며 개막식에 대한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 감독이 직접 진행하는 온라인 전시장 투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20 부산비엔날레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첫 대면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관객들은 술렁였다. 작가와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시 감독의 정확한 설명과 철저하게 작품에 포커스를 맞춘 현장감 있는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현대미술관 온라인 투어는 개막식 전날 밤늦게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촬영한 것이라 미처 자막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전시 감독과 통역의 오디오가 얽히는 등 일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도 전시장과 원도심 일원의 온라인 투어는 사전에 촬영해서 자막과 오디오 모두 정리된 영상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지만, 부산비엔날레의 온라인 개막식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우선 전시 관계자들만의 행사로 치러지던 개막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일반 관객까지 참여의 폭이 넓어졌다. 퍼포먼스, 작가 소개, 사운드 영상물 등 다양한 구성으로 두 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인데도 몰입도가 높았다. 한 관객은 ‘온라인 개막의 모범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전시장 투어는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원도심 세 곳에서 이뤄지는 전시 작품의 경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전시 감독이 작가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온라인 투어는 ‘일반 관객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원도심 전시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갈 때는 많은 접속자가 ‘부산에 이런 다양한 공간이 있었나’ ‘도시 전체가 작품 무대가 되다니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온라인 개막식의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이번 전시의 근간이 된 문집을 시민들이 낭독한 오디오 북, 부둣가의 짠 내를 담은 향수, 음악가들의 작업을 담은 LP판 등 부산비엔날레 굿즈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0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을 보고, 듣고, 탐험할 것을 권한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역이라는 화두가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오프라인 전시가 재개될 때까지 2020 부산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http://www.busanbiennale.org/kr/)를 통해 3D 입체 전시 기능을 도입한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5일 영도 전시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부산현대미술관과 원도심 전시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오디오 북과 참여 음악가의 음원을 담은 ‘사운드 스케이프’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