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선주사 육성 해사클러스터 완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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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장

일본의 이마바리를 올해 초에 다녀왔다. 인구 10만 남짓한 이마바리의 시청에는 ‘세계 최대의 해사도시 이마바리’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마바리에는 500여 척의 선박을 소유한 선주사들이 그 중심에 있다. 운항사가 선박 한 척을 10년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선주사는 5분 거리 이요은행에 가서 건조자금을 빌려서, 10분 거리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 선박등록사무소, 선박검사기관, 해상변호사, 해상보험사가 시내에 밀집해 있다. 선주사는 이들을 차례로 찾아 원스톱으로 선박 건조와 운항에 필요한 일을 간단히 처리한다. 이래서 이마바리시는 세계 최대의 해사클러스터라고 불린다. 이마바리시에서 우리 부·울·경 해사클러스터를 떠올렸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은 부·울·경에도 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선주사가 없다.

일본 이마바리 해사도시 세계 모범
선주사·운항사가 분리된 구조 차이
불경기도 큰 타격 입지 않아 유리
부·울·경 소재 선주사 훨씬 늘어야

화주에 대하여 선박을 이용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운항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운항사는 곧 선주사로서 대부분 자신이 소유한 선박을 이용하여 운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선박을 직접 소유하는 경우, 통상 은행에서 선가의 90%를 대출받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크다. 그래서 불경기가 닥치면 대출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는 선주사와 운항사가 분리된 구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선주사는 선박을 소유만 하고 운항하지 않는다. 대출금 상환 부담이 없는 운항사는 선주사에 용선료만 지급하면 되므로 불경기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경우 10여 개의 선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았던 근본적 이유도 바로 이런 차이점에 있다.

일본에서 운항하는 선박의 3분의 1인 1000척은 이런 선주사의 선박이다. NYK, MOL과 같은 대형 선사가 장기 정기용선을 하여 용선료를 꼬박꼬박 낼 것이 확실하다. 대형 선사의 자금력은 은행 대출 시 담보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용이하다. 선주사는 건조가의 30%를 자부담하고, 70%만 대출받는다. 우리 선주들은 척당 90%를 6~7%의 이자로 빌리지만, 일본은 70%만을 1~2%의 이자로 빌린다. 금융비용에서 이미 우리 선주들은 경쟁력이 뒤떨어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규모가 작은 선사들이 운항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형 선사들에게 대출이자 등의 혜택을 부여하여,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주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모의 경제와 탄탄한 영업력을 가지는 선사는 운항선사로 존속하면서 선주사들의 선박을 빌려서 사용하게 된다. 현재 1100척인 우리 외항 운항 선박 중 10%인 110척을 선주사의 선박으로 전환하여 부·울·경에서 육성해보자.

우리나라 조선소는 연간 약 400척 정도의 선박을 건조한다. 그런데, 내수는 10% 내외로서 약 40척이다. 조선산업을 더 안정화시키려면 내수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내수를 20%로 올리려면 기존의 40척에 추가하여 선주사가 연간 40척을 추가로 신조하면 된다. 10년이 지나면 선주사가 건조한 선박이 400척은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약 1500여 척의 원양상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운항사들이 대량 화주들과 전략물자 등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장려 및 제도화하여 선주사의 선박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5만 DWT(재화중량톤수) 선박의 용선료를 일당 4만 달러라고 보면, 1년에 척당 1500만 달러(150억 원)의 용선료 수입이 있게 된다. 연간 40척이면 6000억 원의 추가 용선료 매출이 발생한다. 40척에 척당 우리 선원이 10명 승선한다면 400명의 고용효과도 있다.

선주사의 육성은 선·화주, 조선의 상생으로 달성되어야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 선사들의 대출금 비중 90%를 70%로 낮추어야 한다. 30%를 선주사가 자부담을 하는데, 10%는 선주사, 10%는 화주와 조선소, 나머지 10%는 해양진흥공사, 항만공사 등 공적 기관이 제공하면 선·화주 조선 상생을 달성할 수 있다. 화주, 조선소, 공적기관이 선박에 대한 지분을 갖는 소유자로서 대출금 상환의무를 가지면서도 수익배당도 받는다. 선가가 올라가면 시세차익도 누릴 것이다.

현존하는 우리 선사들을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민간형 선주사를 육성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관계의 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진흥공사 등 국책은행이 금융형 선주사의 역할을 해서 민간형 선주사와 병행한 선주사 육성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110척의 선박을 선주사의 소유로 전환유도하고 10년 뒤 전체 외항운항선박 1500척의 30%인 500척을 부·울·경 소재 선주사가 소유하게 되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해사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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