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스티커 마스크’ 쓴 하객들 코로나 시대가 만든 ‘스몰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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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창원의 한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거리를 둔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6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결혼식장. 양가 가족과 하객이 주소와 전화번호를 정확히 기록한 뒤 QR 코드를 찍고 예식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부부 사진이 전시된 복도와 예식장 안은 휑할 정도로 한산했다.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결혼식장을 찾은 건 신랑 측 26명과 신부 측 23명. 정확히 49명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부산·울산·경남에서 모든 결혼식이 ‘스몰 웨딩’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축하의 의미로 서로를 껴안거나 손을 맞잡는 등의 행동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장을 찾은 가족마저 한 자리를 건너 앉는 모습이었다. 식장 직원들은 여럿이 모이지 못하도록 “조금씩 거리를 띄어 주세요”라고 돌아다니며 말했다. 본인들도 이런 상황이 어색한지, 미안한 표정이 가득하다.

수백 명 규모 식장에 하객 49명
북적거리던 풍경 사라져 ‘조용’

양가 어머니를 시작으로 주인공들이 예식장에 들어서자 하객들은 평소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하객 최 모(32) 씨는 “평소에는 사진을 찍거나 조용히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없어 손뼉을 열심히 쳤다”고 말했다. 신랑과 함께 축가를 부른 친구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열창을 했고, 마스크를 쓴 채 서로를 바라보며 화음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이날 신랑, 신부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 소소한 웃음을 줬다. 마스크에 붙이라며 빨간 하트 모양 스티커를 가족과 하객 모두에게 나눠줬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우울한 분위기인데 잠시나마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스티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1m 이상 거리를 두고 찍은 기념 사진에는 모두 마스크에 하트 스티커를 붙인 모습이 담겼다.

이 부부 같은 비자발적 ‘스몰 웨딩’은 당분간 부산·울산·경남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과 경남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이달 20일까지, 울산도 12일까지 연장했다. 이날 신부는 “코로나19로 올 4월 결혼식을 한 차례 연기해 더 미루기 어려웠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예비 부부들이 편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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