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오지 마라” 코로나가 부른 ‘비대면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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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박 모(40·여) 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시댁도 친정도 가지 않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시어머니가 ‘올해는 각자 추석을 보내자’며 먼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친정은 경남이지만, 친척과 형제들이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는 탓에 이번 추석에는 모이지 않기로 했다. 박 씨는 “결혼한 지 10년 만에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몇 번을 다시 여쭈어 봤는데도 오지 말라고 하셔서 이번 명절에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아이들과 집에만 머무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모(48) 씨도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추석 연휴 전 주에 형제 몇 명만 모여 간단히 벌초를 하고 한 끼 식사만 함께 하고 흩어지기로 했다. ▶관련 기사 3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추석 풍경도 예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여러 친척이 한집에 모여 제사를 지내기보다는 직계 가족끼리 소박하게 모이거나, 아예 모이지도 않는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번 추석 연휴기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고향 방문 대신 아이들과 ‘집콕’”
간단히 한 끼 식사만 하는 경우도
부산 영락공원 온라인 성묘 실시
봉안시설 폐쇄 여부 이번 주 결정
지난해보다 벌초 대행 40% 늘어


추석 전 연례 행사인 벌초도 친척들이 모여 직접 하기보다 전문 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벌초대행 업체인 벌초닷컴에 따르면, 벌초 대행을 의뢰하는 건수가 지난해 대비 40%가까이 늘었다. 벌초닷컴 관계자는 “규모가 큰 가족묘원을 가꾸는 종중이나 문중에서 벌초 대행을 의뢰하는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200%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직접 산소나 납골당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 성묘 시스템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은 오는 21일 정오부터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홈페이지 상단 ‘온라인 추모·성묘하기’ 버튼을 눌러 접속하면 온라인으로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 직접 영정사진을 올릴 수도 있고 헌화와 분향을 하는 방식으로 추모관을 꾸릴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추모글을 작성해, 가족·친지들과 공유하는 기능도 구축될 예정이다.

매년 명절이면 30만~4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부산 영락공원과 추모공원도 정부 방침에 따라 개원 후 처음으로 ‘온라인 성묘’를 실시한다. 부산시설공단은 오는 17일부터 보건복지부의 사이트와는 별도의 사이버 추모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영락공원과 추모공원은 대면 참배의 경우 '1일 봉안시설 추모객 총량 예약제'를 검토하고 있다. 참배 기간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6일간으로 늘리고, 사전 예약을 통해 영락공원 2500명, 추모공원 4000명으로 봉안시설 수용 인원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 봉안시설의 운영을 전면 폐쇄하는 방안을 놓고 부산시와 논의하고 있으며, 폐쇄 여부가 이번 주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부산시설공단 추연길 이사장은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점을 고려해 비대면 추모 서비스를 부족함 없이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급적 올해 추석 연휴에는 온라인 추모·성묘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참배를 적극 활용하길 부탁한다. 대면 참배 가능 여부는 부산시와 논의를 통해 곧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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