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털 뉴스 편집 쥐락펴락하는 여당 의원의 기막힌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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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권 개입’ 논란을 빚고 있다. 윤 의원은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기사가 포털 뉴스 메인에 반영된 데 불만을 품고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좌진에게 보냈다. 해당 포털 사이트인 다음미디어를 운영하는 ㈜카카오 측에 대한 의원실 호출을 지시한 것이다. 국민 여론 형성에 포털의 뉴스 편집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져 윤 의원의 포털에 대한 외압 의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의원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포털에 대한 갑질’이라며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윤 의원은 “지난 7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연설은 메인 페이지에 뜨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기사가 떠서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실제로는 민주당 대표 연설을 다룬 기사가 당일 다음미디어 사이트의 메인 뉴스 화면에 3건이나 올랐기 때문에 윤 의원의 카카오에 대한 문자 메시지는 포털에 대한 편집권 침해 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이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부사장으로 있던 2015년 10월 국감에서 “(포털) 기사 배열에 대한 심의는 언론의 자유 위축”이라고 주장한 걸 감안하면, 그의 이번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더욱이 윤 의원은 유신 체제에서 언론자유 투쟁을 벌였던 모 전국 유력지의 기자와 노조위원장 출신이어서 달라진 언론관에 기가 막힌다. 이 때문에 현 집권 세력이 여론 공작에 능하며 언론 장악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게다. 혹시 언론마저 ‘권력의 나팔수’로 길들이겠다는 전체주의 발상을 갖고 있다면, 당장 접어야 할 것이다. 이참에 포털 사이트도 기존 언론사들처럼 법 적용을 받는 제도를 입법화해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이 마구 설치는 포털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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