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대재앙,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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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4주년 기획] 기후 변화의 역습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해운대구 우동에서 좌초된 해상호텔. 부산일보DB

지난 100년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1.8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약 10% 증가했다. 기후변화 속도는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2100년에는 연평균 기온이 약 2~3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정도 기온 상승은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간의 ‘정상 체온’ 36.5도를 예로 든다. 40도에 이르면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고열이 지속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단기간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수백 년간 상승해 온 기온에는 ‘해열제’가 없다. 전례 없는 기록적 폭염과 잇따른 태풍 등 자연재해를 유발하는 ‘기후변화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가뭄·이상고온·집중호우·태풍
이상기후 인한 자연재난 심해져
온실가스 증가·온난화가 주원인
기상 연구 고도화 등 대책 필요 

2016년 9월 태풍 ‘차바’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가 침수된 모습.

■자연이 보내는 경고장

최근 잇따라 한반도를 덮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의 위력에 전문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태풍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인 데다 연달아 한반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태풍 위력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의 피해 정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이상기후보고서와 WMO(세계기상기구) 지구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24회의 뚜렷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가뭄, 집중호우, 이상고온 등이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5도로, 평년의 12.5도보다 1도 높아졌다. 이는 1973년 이후 두 번째 높은 수치로 기록됐다.

이 같은 가뭄, 집중호우 등 자연이 보내는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된 것이다. 특히 태풍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다. 2012년에는 ‘카눈’ ‘볼라벤’ ‘덴빈’ ‘산바’ 등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한 해 동안 4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덮친 것은 1962년 이후 50년 만이었다. 2019년에는 세계에서 발생한 29개의 태풍 중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태풍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이어져 왔다. 2010년 1월 중부지방에는 6시간 동안 25.8cm의 폭설이 내렸다. 이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00년 만의 최대 적설량으로 기록됐다. 당시 집계된 경제적 피해는 2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2013년에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남부지방 폭염 일수는 24.2일, 제주도는 17일로 기록됐다. 당시 폭염으로 숨진 사람만 14명에 달하고 1195명이 온열 질환을 앓았다. 2015년 11월과 12월 겨울에는 한반도 평년 기온보다 2도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연은 이상고온과 저온,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경고를 보내며 이상기후를 알리고 있다. 예상에 어긋나는 기후가 시민 피해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재난’인 데다 추가적인 자연재난까지 불러 기후변화 속 국민 안전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파손된 부산항 신감만부두 크레인. 부산일보DB


■이상기후 원인은 결국 ‘온난화’

이상기후의 주요 요인은 온난화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도 결국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로 촉발된 것이다. 지속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위협적인 자연재난을 부추기는 셈이다. 세계기상기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대기 중 농도의 평균 증가속도’가 이전 5년보다 18% 이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을 지낸 APEC 기후센터 권원태 원장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0’으로 완전히 없어진다고 가정한다면 현재와 비교해 2100년 연평균 기온은 0.5도 높아질 것이며, 2100년에 배출량이 ‘0’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1도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상기후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으로 지난 100년에 걸쳐 한반도 전체 강수량이 10% 늘어났다. 지난 10년(2010~2019년)간 한반도에서는 33도 이상의 폭염 일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연평균 9.4회의 폭염이 집계됐는데, 2010년대(2010~2019년)는 15.5회로, 65%가량 폭증한 셈이다.

태풍의 경우 발생 빈도 증가는 유동적이나, 그 위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고온 현상으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질 경우 해수가 수증기로 변해 태풍의 에너지가 된다. 실제로 최근 남해안 바닷물 온도가 30도에 육박하기도 했다. 약한 태풍이 발생한다고 해도 연평균 기온이 상승할수록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 셈이다. 태풍 ‘매미’ ‘차바’ ‘루사’ 등 여러 태풍이 이 같은 영향으로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기상 전문가 육성, 기후 예측 연구 고도화 등도 이상기후 피해를 막을 중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권 원장은 “이상기후가 잇따르는 만큼, 기업 등 국민 경제활동에서 온실가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며 “장기간의 기후변화와 단기간의 이상기후는 자연재난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과 기상 연구 집중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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