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73 >나름, 의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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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따름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말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뿐인 사람은 일과 사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것을 생각해서 젊을 때 열심히 일한다.’

이런 문장을 어색하지 않다고 여길 한국어 사용자는 없을 터. 한데, 왜 어색할까. 글머리에 ‘따름, 뿐, 것’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어색하지 않게 손보면 이정도가 될 것이다.

‘눈물만 흘릴 따름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말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몸뚱이 하나로 살아갈 뿐인 사람은 일과 사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나이 들어 경제력이 떨어질 것을 생각해서 젊을 때 열심히 일한다.’

손본 문장들에선 ‘따름, 뿐, 것’ 바로 앞에 ‘흘릴, 살아갈, 떨어질’이 자리했다. 이 ‘따름, 뿐, 것’은 의존명사다. 순우리말로는 ‘매인이름씨’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문장 안에서 홀로 쓰이지 못하고 다른 말 뒤에서만 쓰인다. 이 의존명사들 앞에 반드시 관형사나 다른 수식어가 와야 하는 것.

‘그만큼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 또한 교동시장, 미성당, 남문시장의 순으로 그 양이 많다. 때문에 식감이 서로 달라 다른 음식을 먹는 것 같다. 굽는 방법도 미성당은 센 불에 뒤집개로 계속해서 뒤집으며 굽고, 교동시장은 은근한 불에 서너 번만 뒤집어서 낸다. 때문에 미성당은 기분 좋은 불내와 균형 잡힌 식감이 좋고, 교동시장은 쫀득쫀득하면서 구수한 맛이 좋다.’

어느 신문에서 본 글인데, 여기에 두 번 쓰인 ‘때문에’도 그 때문에 문법을 벗어난 표현이 되는 것. ‘이 때문에’나 ‘그 때문에’쯤이라야 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나온 ‘나름’ 역시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그 나름대로’처럼 꾸미는 말이 앞에 와야 한다. 그러니 ‘나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그 나름대로 선방했다’나 아니면, ‘그런대로 선방했다’쯤이라야 할 터. ‘나름’을 아예 지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쯧쯧! 성국이가 불쌍하네.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별로라서 어쩌나.”

여기 나온 ‘딴에는’ 역시 ‘제 딴에는’으로 써야 했다. 표준사전에 답이 있다.

*딴: 「의존 명사」(인칭 대명사 뒤에서 ‘딴은’, ‘딴에는’, ‘딴으로는’ 꼴로 쓰여)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기준.(…/제 딴에는 잘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한 일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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