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수도권 블랙홀 막을 중심축으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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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에 듣는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부산일보 창간(9월 10일)을 맞아 경남도 서울세종본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밝히고 있다. 경남도 제공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메가시티 구상을 기반으로 하는 ‘다극화’ 전략을 국가균형발전의 새 이정표로 제시했다. 여권의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 1등 공신은 부울경 메가시티 전도사를 자처하는 김경수 경남지사다. 창간 74주년을 맞아 ‘부울경, 하나로 미래로’를 화두를 제시한 <부산일보>가 “부울경이 함께 가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산다”고 외치는 김 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부울경 메가시티의 청사진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부산이 메가시티의 거점’이라는, 경남지사로서 쉽지 않은 말도 했다. 그만큼 메가시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음은 부산일보 창간일(9월 1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경남도 서울세종본부에서 가진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메가시티는 비수도권 생존 문제
공간혁신·인재양성·산업협력
최소한 수도권과 경쟁 체제 시급
지역 갈등으로 소진할 여력 없어
부산이 중심돼야 경남·울산 살아


-부울경 메가시티를 본격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초 SK하이닉스가 경북 구미 대신 경기도 용인을 선택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당시 구미가 제시한 혜택이 훨씬 많았지만 SK하이닉스는 미련 없이 용인을 선택했다. 사실 용인의 입지 규제를 풀어 주느냐의 문제였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참여정부 당시 경기도 파주에 LG디스플레이가 갈 때는 몇 달 동안 시끄러웠는데 이번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이젠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게 사회적 이슈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의 생존 방안이 더 절박해진 것이다.”



-고민의 답이 메가시티인 이유는.

“도정을 해 보니 경남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도권 시·도와 경쟁이 안 된다. 중앙부처 공모 사업이 많지만 수도권과 동일조건으로 경쟁하면 어떤 사업도 비수도권에서 따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는 수도권 블랙홀을 막는 게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수도권 집중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메가시티를 각 권역별로 쪼개서 육성하는 평면적인 다극화 전략은 안 된다. 소위 수도권의 구심력을 버틸 수 있는 양대축을 만들어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제2의 수도권으로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당은 권역별 다극화 전략을 논의 중인데.

“여당의 다극화 전략 논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계속해서 창궐할 수 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화두인 밀집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등 국토의 그랜드 디자인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동남권만 따로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러나 메가시티를 권역별로 동시에 추진하다고 해도 인구 등 여러 조건에서 동남권이 타 권역에 비해 빨리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동남권 단위의 여러 협력 사업을 신속하게 벌여 나가야 한다.”



-메가시티의 단계적 실현 방안은.

“우리나라 대표적 메가시티인 수도권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면 첫 단계가 공간혁신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1일 생활권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중 전철망이 핵심이고, 그다음이 버스다. 공간이 교통망을 통해 혁신되면 하루 생활권의 범위가 늘어난다. 국토부에서 교통망을 확충하자면 예비타당성 조사 이야기만 하는데, 이제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람이다. 좋은 인재가 있어야 산업도 올 수 있다. 창원 LG전자 백색가전 연구소 직원이 4500명인데, 수도권에서 다 뽑아 지역으로 내려보내니 이직률이 20%다. ‘계속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도내 공립대학의 통합 및 부울경 대학 공동으로 맞춤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교육부에서도 이 사업에 올해 1000억 원을 배정했다. 공간혁신과 인재양성이 가능한 시스템 혁신이 1차적 과제다.”



-산업구조 개혁에서는 어떤 실효성이 있나.

“부산이 동북아 물류허브를 위해 항만·철도·공항 트라이포트 이야기를 하는데 트라이포트만 갖춰지면 물류허브가 되나. 세계 어느 주요 항만도시에 가 봐도 부산처럼 배후 물류산업단지가 부실한 데가 없다. 환적화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 배후단지를 키워야 하는데, 이는 부산 혼자 할 수가 없다. 관광 역시 부산과 경남을 연결하는 연안크루즈 개발 등으로 명품화시켜야 수도권으로 쏠리는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스타트업과 투자기업을 연결하는 ‘데모 데이’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의 창업 전문가를 만났더니 경남에도, 부산에도 따로 가긴 어렵고, 같이 하면 ‘검토해 볼 순 있다’고 하더라. 그게 현실이다. 부산과 경남이 경쟁해서는 수도권에 다 잡아먹힌다. 이제는 힘을 합쳐서 최소한의 경쟁 체제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행정구역 통합까지 가는 건가.

“장기적으로는 부울경이 통합해야 한다. 관련해서 올 7월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때 통과되면 광역 단위 행정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부산·경남·울산 발전연구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동 용역 중이다. 이런 식으로 행정통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될 것이지만, 중요한 건 그 전에 광역교통 분야나 물류허브 등에서 성공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필요성을 확신시키는 게 시급하다.”



-3개 시·도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지면 어렵지 않을까.

“메가시티에 대해 국민의힘 경남 의원들이 반대하지 않는다. 이건 여야의 문제를 떠나 생존의 문제다. 과거 일부 사업을 놓고 발생했던 지역 간 신경전도 마찬가지다. 우리끼리 싸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최근 부산·경남 간의 해묵은 갈등과제들이 하나씩 해결돼 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그런 갈등에 서로 힘을 소진할 여력이 없다. 빨리빨리 풀고 수도권의 팽창에 대항해 지역의 살길을 어떻게 해서든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김 지사는 인터뷰 말미에 요즘 지역을 다니면 ‘부산 이야기를 왜 그렇게 많이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얘기를 꺼냈다. 경남지사가 ‘남의 도시’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는 지역민들의 볼멘소리인 셈이다. 이에 김 지사는 “부산이 실제로 중요하다. 부산이 쪼그라들면서 경남이 같이 힘들어진 게 현재의 상황”이라면서 “부산이 거점 도시로 역할을 분명히 해 줘야 경남과 울산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그게 경남이 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전창훈·이은철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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