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문희’ 주연 배우 이희준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영웅에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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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문희’ 속 장면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오! 문희’ 속 장면들.
CGV아트하우스 제공
“평소 무뚝뚝한 아들이라 이번 작품을 할 때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배우 이희준(42)은 영화 ‘오! 문희’와 함께한 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울고 웃으며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의 이야기 덕분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이희준은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어머니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치매 어머니 나문희와 호흡 맞춰
뺑소니 사건 해결 위해 고군분투
촬영할수록 어머니란 존재에 감사
영화 찍은 뒤 아이 태어나 더 공감

이희준은 이 작품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뺑소니범을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아들 ‘두원’을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엄마 역의 배우 나문희 아들인 두원의 모습을 순박하게 그려 낸다.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경호실장 ‘곽상천’을 맡아 선보인 능글맞고 걸걸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희준은 “정겨우면서도 역동적인 요소가 있어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했지만, 첫 주연작이라 어깨가 무거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영웅’ 같은 캐릭터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단다. 이희준은 “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 한 아빠가 어떤 일을 맞닥뜨린 뒤 헤쳐 나가는 모습에 공감했다”며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는 아니지만, 촬영을 할수록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그 모습이 멋있더라”고 했다.

이희준이 그린 두원은 겉은 무뚝뚝하지만, 정 많고 속 깊은 인물이다. 치매에 걸린 노모에게 툴툴대지만, 예쁜 꽃을 꽂아 주고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어머니에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몸에 익은 듯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희준의 생활 연기는 인물 간의 잔잔한 감정을 이끄는 데 한몫한다. 이희준은 “상황 속에 다이빙하듯 들어가면 됐던 ‘남산의 부장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열려 있는 게 많아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사투리’ 연마에도 힘썼다. 그는 “충청도 사투리 하면 최양락 씨가 떠오르지 않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입에 익히려고 했다”며 “충청남도 논산에서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사는 분의 집에 수박을 사서 찾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인인 이혜정의 고향이 충청남도 천안인 점도 도움이 됐단다.

이희준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애틋함과 감사함을 더욱더 느꼈다고 했다. 그는 “촬영 끝나고 아이가 태어났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저의 어머니도 저를 이렇게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너무 어릴 때라 기억나지 않는 옛 기억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어머니께 많이 감사하더라고요.”

올 초 콜롬비아 현지에서 영화 ‘보고타’ 촬영을 했던 이희준은 코로나19 대유행에 촬영을 중단하고 3월 급히 귀국했다. 이희준은 “코로나 사태로 일이 끊긴 지 한참 됐다”며 “상황이 좋아져 하루빨리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계속 재미있어요. 늘 새롭더라고요. 저도 경험이 많이 쌓이면 나문희 선생님처럼 본능적으로 연기가 나올 수 있겠죠? 내공이 쌓여 어떤 캐릭터든 훅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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