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9. 부인암-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서동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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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냉동·이식 등 가임력 보존 치료 중요”

서동수 교수가 부인암을 수술하기 위해 다빈치 로봇 콘솔에 앉아 로봇팔을 조정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서동수 교수는 부인암 환자의 암 생존율을 높이고 임신력을 보존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수술이나 항암치료 전에 동결 난자와 시험관 시술을 미리 시행하기도 한다. 4기 환자인 경우도 항암치료 후 광범위 골반 제거술을 시도하며 완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봇 활용 광범위 자궁절제술 시행
기존 내시경보다 정밀, 합병증 감소
관문 림프절제술 통해 부종 등 줄어
“가족 중 난소 유방암 환자 있다면
브라카 유전자 변이검사 상담 권장”

-대표적인 부인암인 자궁경부암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 반면에 젊은 미혼 여성들의 발병률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궁경부암은 부인암 중 유일하게 발병 전 단계에서 선별검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검진을 통해 만 20세 여성은 2년 간격으로 자궁경부암 검사가 실시되고 있고 자궁경부암의 예방을 위한 백신의 접종에 따라 발병률이 줄어들었다. 자궁경부암의 전체적인 발병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젊은 미혼여성들의 발병률은 증가 추세다. 첫 성 경험의 연령이 낮아지고 서구 식습관과 여성 흡연인구의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부인암이 발병하면 특히 가임기 여성들은 임신이 가능한지와 자궁 보존 여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이런 고민에 대한 대안이 있나.

“초기의 자궁경부암, 내막암, 난소암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임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암을 진단받고 당황해서 가임력을 보존하지 않는 치료법을 선택하지 않도록 부인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부인암 이외 악성종양도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 과정에서 가임력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럴 때도 치료 전 배아 냉동을 하거나 치료 후 배아 이식을 통해 임신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광범위 원추 절제술 등을 통해 임신과 분만을 할 수 있고, 내막암도 고용량 호르몬치료를 통해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궁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어느 정도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국립암센터 보고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미국의 치료 결과보다 약 1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잘 짜인 조기 검진 시스템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국가적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부인암 전문 의료진들의 뛰어난 수술 실력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인암에서도 로봇 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역에서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시도했다고 하던데.

“기존의 내시경보다 정밀하고, 그래서 합병증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로봇수술이다. 앞으로는 부분 인공지능과 기존 영상을 섞은 이미지를 통한 내비게이션 수술이 실제 임상에서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단순 자궁절제술은 많이 시행되어 왔는데, 관문 임파절제술과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우리 팀이 처음 시행했다.”

-4기에 해당하는 자궁경부암 환자도 수술을 진행한다고 하던데. 광범위 골반 제거술은 어떤 수술인가.

“기본적으로 자궁경부암 4기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 국소진행형인 4기a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고, 원격 전이 타입인 4기b는 항암요법과 표적치료를 혼합해 완치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1차 치료에서 완치가 되지 않는 4기a를 대상으로 전이가 이루어진 방광이나 직장을 포함해 광범위 골반절제술을 시행한다. 골반 절제술에 이어 비뇨의학과 외과 팀과 협업해 소장으로 방광을 만들어주고 배변을 위해 항문 이외에 다른 길을 만들어주는 장루 시술을 병행한다.”

-관문 림프절제술은 왜 중요하며 어떻게 치료가 진행되는가.

“암이 전이될 때 처음 통과하는 곳을 관문 림프절이라고 한다. 암 조직이 처음으로 통과한 림프절이 어딘지를 판정하고, 림프절을 통과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수술 범위가 조절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림프절 제거로 인해 코끼리 다리 같은 부종이나 림프액 누출이 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6년 전부터 우리 팀이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에서 시도했는데 최근까지 270 케이스 정도를 진행했다.”

-난소암은 부인암 중에서도 특히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이고 이유가 무엇인가.

“난소암은 다른 부인암에 비해 생존율이 아주 낮고 잦은 재발률과 항암 내성을 보인다. 5년 생존율이 25~3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이미 3기 이상의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검사법이 아직 없어 매년 정기 검사를 받았더라도 2~3개월 암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는 최근 저출산 문제와도 많은 관계가 있다.”

-부인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어떤 표적치료제가 있으며 브라카(BRCA) 등 유전자 변이검사에 대한 설명도 해달라.

“난소암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표적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는 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표적치료제는 신생혈관차단제와 브라카 유전자 변이에 사용되는 PARP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 앤젤리나 졸리가 브라카 유전자 검사 후에 유방절제와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은 적이 있다. 브라카1 유전자가 있는 경우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에 예방적으로 난소난관절제술을 권한다. 가족 중에 난소 유방암 환자가 1~2명 이상 있으면 브라카 유전자 변이검사를 전문의와 상담해 보길 바란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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