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정부재정지원 사업, ‘줄 세우기’ 벗어날 때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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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최근 2021학년도에 적용되는 정부재정지원 가능 대학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국 각 대학이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도에 재정지원이 가능한 총 281개교와 함께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총 13개교를 발표했다. 지원 제한 대학은 정부 사업을 비롯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서 제한을 받는 만큼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표 시기마다 전국 대학들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이 역설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고 또 대학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 최근 내년도 재정지원 대학 발표
자율성 저해·통제 수단 등 개선 요구 높아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 입학생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매년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여기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재정난마저 가중되고 있다. 또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에다 지속된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부금 등 부대 수입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결국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사활을 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부 평가 결과에 따라 막대한 재정지원의 수혜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지원액의 규모에 따라 각 대학의 서열도 자연스레 형성된다. 한마디로 재정지원이 대학들을 정부의 곳간 앞에 일렬로 줄을 세우게 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원액 규모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대학은 서울 지역의 대학들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 사립대로 갈수록 그 규모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교육과 연구라는 고유의 역량 강화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한 푼이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비판과 자조의 목소리가 상아탑에 가득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스스로 자율적인 장·단기 목표 설정과 운용을 통한 자율성과 역량 강화는 바랄 수가 없다. 조그만 지원에 목이 메 정부에 어떤 반론도 제기하기가 어렵다. 이러니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우리나라 대학은 더 도약하지 못하고, 대학은 대학대로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가 대학 교육 정책을 무제한적으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주도의 대학 통제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탈피하고 국가 자원이 대학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만 하고, 정부는 그 결과에 대해서만 평가하라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대학의 체질만 허약하게 할 뿐이다. 대학 역시 국가·지역사회와 자신의 역량 사이에서 분명한 역할 설정을 해야 한다. 재정지원사업이 대학 발전의 진정한 마중물이 되도록 정부의 개선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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