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드 코로나' 문화예술계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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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공연예술팀장

코로나19로 문화예술 시설들이 휴관-재개관-휴관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월 급격히 퍼지는 코로나에 일상이 ‘셧다운’ 되었을 때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조금씩 일상이 기지개를 켤 때 그 ‘언젠가’가 올해 안이 되기를 기대했다. 마음 한 켠에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을 마주했다. 연말에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 이전 생활로의 복귀는 내년 말에나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2주 전에는 부산비엔날레, 지난 주에는 부산국제무용제. 1주일 간격으로 스마트폰으로 전시를 보고 공연을 봤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 행사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접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이뤄진 2020 부산비엔날레 온라인 개막식은 2시간 동안 총 접속자 수가 3000여 명에 이른다.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영상을 업로드한 부산국제무용제의 조회 수는 각각 500회, 600회를 넘었다. 무용제 이후에도 이용이 가능해 조회 수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해 답답했을 주최 측 입장에서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소식일 것이다.

부산비엔날레·국제무용제 온라인 관람
코로나로 달라진 문화예술 환경 체감
비대면 활성화에 예산·기술 지원 필수
코로나 안심 대면 공연 모델도 찾아야

이제까지 온라인 전시·공연을 이용할 때 느낌은 아쉬움이었다. 배우가 무대 뒤쪽으로 가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VR 전시도 작품의 화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이번 행사들은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것이 보였다.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시장별 3D 웹 전시는 현장감이 있었다. 작가별 비디오·오디오 가이드, 오디오북, 사운드 스케이프 등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도 다양했다. 부산국제무용제 개막식 축하공연 ‘동해랩소디’는 기장 아홉산숲과 바닷가에서 각각 촬영한 영상을 교차 편집해 눈길을 끌었다. 상당히 많은 품과 예산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의 대안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비대면 예술 콘텐츠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급한 대로 공연을 그냥 찍어서 올리는 방식으로는 차재근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프로를 아마추어처럼 보이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프라인 현장감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기술이 필요하다. 공공 문화시설들도 올해 예산에 온라인 제작·홍보에 배정된 금액이 많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소규모 예술단체나 개인 예술가가 제대로 된 온라인 공연·전시를 만들어 내려면 더 큰 어려움과 마주한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17개 광역문화재단과 함께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언제 어디서나 예술을 즐기는 온라인 기반을 만들어 코로나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비대면·온라인 방식이 가진 보완재·독립재로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것이 전체 예술시장에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

국립 공연장이나 예술단체는 온라인 공연의 모델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국립극단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극장을 열고 첫 유료 작품 ‘불꽃놀이’를 이달 말에 선보인다. 국립극단이 발표한 내용 중 마이크를 쓰지 않는 연극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해 영상을 송출할 때 자막을 선택해 대사 전달도를 높일 수 있게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연극을 보며 느낀 아쉬움을 해소할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서다. 이렇게 무대 현장과 온라인의 차이를 반영하는 ‘디테일’이 비대면 예술 콘텐츠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문체부는 예술의전당에 공연 영상화 종합 제작공간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고품질 공연 영상 제작, 온라인 공연 생중계, 민간단체 공연 영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영화 세트장처럼 온라인 공연 영상 촬영이 가능한 장비를 비치하고 전문 기술인력까지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대면·온라인 예술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활동을 위한 예술가 교육 시스템도 요구된다.

인디 뮤지션 라이브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한 ‘스테이지 앤 플로: 홍대를 옮기다’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매일 한 팀씩 100일간 이어 온 프로젝트 기록 영상에서 “아티스트가 만족하면 관객도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만족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비대면·온라인 예술 활성화 지원에 있어서 예술가를 중심에 두는 시선을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또 하나. 지금 문화예술계에 가장 절실한 것은 예술가와 관객이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코로나 안심 대면 공연·전시 모델’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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