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앞날 여전한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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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총재에 당선돼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16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정식으로 제99대 총리로 선출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공식 발족한다.

스가 “아베 코로나 대응 계승”
16일 스가 내각 공식 출범
아베 정권 방향성 이어 갈 듯
‘1년 임기’ 국회 해산 가능성


14일 도쿄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제26대 총재로 선출된 스가는 당선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그야말로 국난 상황에서 정치 공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 위기를 극복해 국민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안심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대응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칸막이 행정, 기득권, 선례에 얽매이는 나쁜 문화를 타파해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스가는 지난 8년간 관방장관으로 재임해 ‘일본 정부 대변인’ ‘아베 정권의 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매일 정례 회견을 하지만 신중하게 발언해 민감한 이슈는 질문 취지에 들어맞는 답변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 이른바 ‘철통 방어’ 기자회견으로 여러 의혹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아베 정권을 지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한 스가는 2014년 5월 신설된 내각인사국을 총괄하면서 아베 정권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관방장관이 중앙정부 기관 인사 대상자의 적격성 심사나 간부 후보 명단 작성을 담당하고 총리와 임면 협의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스가의 성장 과정도 관심을 끈다. 그는 1948년 12월 6일 일본 아키타현 오가치군 유자와시에서 스가 와사부로·다쓰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스가의 아버지는 부농이며 지역 유지였지만, 스가는 고교를 졸업한 후 도쿄의 박스 공장에 취직했고 이후에는 쓰키지 시장에서 막노동을 하다 동기들보다 2년 늦게 호세이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했으나 머지않아 정치를 하기로 결심하고, 이후 호세이대 출신 선배 국회의원실의 소개를 받아 1975년 4월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 의원의 비서가 된 것을 계기로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11년간 오코노기의 비서로 활동한 후 1987년 4월 47세의 나이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늦깍이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의 1차 집권 때 구성된 내각의 ‘원년 멤버’로 참여한 뒤 특유의 추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추진해 왔다.

그는 또 대표적인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신도정치연맹(신정련) 국회의원 간담회,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창생 일본 등 4개 우익단체에 모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돼 있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이력도 있다. 스가는 2014년 2월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출석해서 “나도 관방장관이 되기 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지만 혼자서 조용하게 참배했다”고 발언했다.

다만 스가의 이런 행적이 그가 골수 우익임을 보여 주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각료 신분으로 참배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2013년 10월과 12월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려고 할 때 ‘언젠가 가더라도 지금은 안 가는 것이 좋다’ 등의 이유를 들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에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가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며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정치권의 관심은 중의원 해산 시점에 쏠려 있다.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원칙적으로 내년 9월 다시 총재 선거를 해야 하지만 스가는 그 전에 국회를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스가가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가가 16일 총리로 선출되면 지체 없이 새 내각을 발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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