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흘 출장에 한 달 격리… 베트남 못 가 애타는 신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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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통상 베트남 공장. 삼덕통상 제공

부산 신발업계가 베트남 격리 기간 단축을 호소하고 나섰다. 베트남에는 150개가 넘는 부산지역 신발업체가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본사 인력이 파견될 수 없어 내년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신발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 차원에서 응우옌부뚱 주한 베트남대사를 접견해 비즈니스 목적으로 베트남을 방문할 경우 2주인 격리 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했고 응우옌부뚱 대사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본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베트남 공장 많은 부산 신발업계
주한 대사에 격리기간 단축 호소
인력 파견 못 해 내년 생산 애로
바이어도 못 만나 물량 확보 차질

현재 베트남을 방문할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2주간 격리를 해야 한다. 입국할 때도 국내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 격리 후에야 활동을 할 수 있다. 베트남 출장을 다녀오면 사실상 한 달을 격리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신발산업협회 문창섭(삼덕통상) 회장은 “베트남에서 3~4일 업무를 보기 위해 대표가 한 달 이상 회사를 비울 수는 없지 않냐”며 “대기업은 현지에서 A부터 Z까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해외 공장에 생산기능만 두는 경우가 많아 본사 인원의 이동이 필수인데 현재는 발이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지역 신발업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R&D)은 본사에서 수행하며 생산만 해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이 적용되는 2021년형 모델들이 현지에서 생산되기 위해서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해외 공장에서 실험 생산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 현 상태대로라면 내년 모델을 실험 생산하기 위해서 기술 핵심 인력이 한 달 동안 묶일 수밖에 없다. 만약 격리에 들어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기술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할 경우에는 핵심 인력이 움직일 수 없어 문제가 더 커진다. 우여곡절 끝에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정기적인 품질 검사를 하기가 어려워 품질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바이어나 투자자들도 현지 공장을 보고 계약을 하는데 바이어, 투자자들도 발이 묶이니 기존 거래 외 추가계약도 이뤄지기 어렵다.

문 회장은 “코로나19로 베트남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바이어를 만나지 못해 올해 F/W(가을 겨울)시즌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지역 신발업계는 모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발업계는 출국 이틀 전 베트남이 인정하는 공인 기관에서 코로나 음성 확인을 받고 베트남 공장과 숙소 외 다른 지역 이동은 철저하게 금지하는 등 격리 기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문 회장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알고 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신발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신발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달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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