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걸프 아랍’ 잇단 수교 중동 지형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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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을 마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왼쪽부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이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대립관계였던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수교에 합의하기는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 UAE·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72년 만에 걸프 아랍국과 수교
美 중재 백악관서 아브라함 협정
트럼프 “5~6개국과 추가 협정”

팔레스타인 “중동 평화 없을 것”

미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식에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이 각각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각각 양자 협정을 맺었고 이들 3개국이 3자 협정도 체결했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스라엘이 수교에 합의한 이슬람 아랍국가는 기존 이집트,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평화협정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수십 년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우리는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하면서 5∼6개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의 추가적인 평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5개 또는 6개 국가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추가로 수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슬람 국가로는 오만, 수단, 모로코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적당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을 하나로 묶은 이번 협정은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공동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기반 가운데 중요한 부분인 ‘친이스라엘’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이날 오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를 다른 중동 국가에도 팔 의향이 있으며 이는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UAE가 F-35 전투기 구매를 희망한다고 밝힌 뒤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UAE와 이스라엘은 지난달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후 한 달 만인 이달 11일에는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들이 손을 잡으면서 팔레스타인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15일 성명을 내고 “평화·안보·안정은 (팔레스타인에 대한)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이 끝날 때까지 지역(중동)에서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UAE 및 바레인의 협정을 비판했다.

워싱턴에서 협정 서명식이 진행될 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로켓탄 2발이 이스라엘 남쪽으로 발사돼 이스라엘인 2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이날 나블루스, 헤브론 등 요르단강 서안 도시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협정 서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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