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남성 정장, 공유경제로 새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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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문을 연 ‘맨잇슈트’ 매장. 백화점 최초로 ‘남성 정장 공유 서비스’를 도입해 면접용 정장과 예복용 정장을 대여한다. 롯데쇼핑 제공

백화점 최초로 남성 정장을 대여하는 일명 ‘정장 공유’ 매장이 부산에 문을 열었다. 남성 정장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남성 정장 구매의 필수 코스였던 백화점 남성패션관은 남성 명품과 키덜트 용품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지난 11일 정장 대여 서비스를 도입한 ‘맨잇슈트’ 매장을 열었다. ‘맨잇슈트’ 매장은 정장 판매와 대여를 동시에 하는 복합 매장으로, 가성비 높은 초저가 남성 정장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부림광덕이 운영한다. 매장에는 면접용과 예복용 정장 100여 벌이 핏과 색깔별로 구비되어 있다. 대여료는 면접용은 3만 5000원(2박 3일 기준), 예복용은 5만 원이다.

롯데百 광복점 ‘맨잇슈트’
면접용 등 대여 서비스 도입
수요 급감 탓 틈새시장 공략
상품군 다양화·고급화 전략

백화점의 ‘정장 공유’ 서비스는 최근 남성복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넥타이’로 상징되던 회사원들의 복장이 점차 캐주얼 차림으로 변하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 근무가 많아지고, 격식을 차린 모임이 줄면서 남성 정장 수요는 더욱 급감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의 올해 전체 남성 카테고리 매출(8월 말 기준)은 코로나19에도 28%나 신장하며 백화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 반면 남성 정장 매출은 같은 기간 30% 역신장하며 최악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매장 규모도 대폭 줄어 2030을 겨냥한 정장 브랜드 매장은 2016년 10개에서 올해 5개로 반토막이 났다. 클래식 고가 정장 브랜드는 같은 기간 8개에서 5개로 줄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도 지난 3년간 남성 정장 상품군 매출이 6.3%가량 감소했으며, 셔츠 정장 전문 브랜드 수는 20%가량 줄었다.

남성 정장 시장의 위축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초 202년 전통의 미국 남성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해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브룩스브라더스 정장은 존 F 케네디와 버락 오바마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이 즐겨 입어 ‘대통령의 슈트’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남성 정장 시장을 반영하듯, 남성 정장 브랜드가 모여 있는 백화점 남성패션관은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은 남성패션관에 키덜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19일 센텀시티점 6층 남성패션관에 미니카 유명 브랜드 ‘타미야’가 문을 열 예정이다. 앞서 광복점 6층 남성패션 매장에는 드론 등 키덜트 놀이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휴플레이’가 오픈하기도 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고급화 전략으로 남성 매장을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구찌와 디올, 벨루티, 펜디 등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남성 라인 매장을 잇달아 연 데 이어, 올해는 내달 루이비통 남성이 문을 연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보테가 베네타의 남성 매장도 리뉴얼 오픈 예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해 남성 전용 멀티브랜드 스토어 ‘분더샵 클래식’과 국내 최초 럭셔리 남성복 편집 매장인 ‘분더샵 남성’을 오픈하기도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남성 정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남성 패션에서 캐주얼과 신발 등 잡화 라인이 강화되고, 정장 브랜드 위주의 매장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남성을 공략하는 남성 전용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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