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대행 기소 의견 송치는 경찰의 면피성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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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동구 부산역 택시방역소를 찾아 시설 점검과 코로나19 방역태세 확립을 당부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올 7월 폭우로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부산지방경찰청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부산일보 15일 자 1면 등 보도)한 가운데 16일 부산시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변 권한대행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청률’과 부산시 측은 “경찰이 면피를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량지하차도 참사 관련
부산시, 수사 결과에 강경 입장
“재난대응매뉴얼은 내부 지침
회의부터 하면 골든타임 놓쳐”
“상황 맞는 적절한 조치” 반박


■매뉴얼 이행 여부 등이 핵심 쟁점

법무법인 청률은 경찰 기소 의견에 △재난대응 행동수칙(매뉴얼) 이행 여부 △호우경보 발령 시 상황판단회의 주재 여부 △초량지하차도 상황 구체적인 지시 여부 등 세 가지 법리적인 문제점을 쟁점으로 내놓았다.

청률 측은 “경찰은 변 권한대행이 호우경보가 발령된 뒤 매뉴얼대로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초량지하차도 상황을 보고 받고도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무유기죄의 성립 근거로 들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4조의 5에서 정하고 있는 매뉴얼은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난의 유형에 따라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단계별 조치 사항을 정리한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청률은 “핵심은 무조건 매뉴얼대로 이행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뉴얼의 취지에 따라 재난방지 대책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이라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 제43조의 7은 매뉴얼이 절대적 지침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표준화된 매뉴얼을 연구, 개발할 때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위 시행령에서도 매뉴얼은 계속적으로 다양한 재난 유형에 맞춰 연구, 보완돼야 하는 성격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은 이어 호우경보 발령 시 상황판단회의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7월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과 동시에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이 근무상황을 점검했고, 오후 8시 50분께 변 권한대행이 총력 대응을 지시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보고와 지시가 내려졌다”며 “긴급한 재난이 발생했는데, 회의부터 우선적으로 주재할 경우 실제 예방조치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회의부터 한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로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지시 여부에 대해서 청률은 “변 권한대행은 시민안전실장, 재난대응과장 등으로부터 피해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으면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는 등 후속조치에 대해 지시를 했다”면서 “경찰이 말하는 ‘구체성’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된 시점에 매뉴얼대로 긴급구조통제단현장지휘소,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재난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시와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법원, 직무유기 판단은

변 권한대행과 부산시 측은 경찰의 기소 의견에 대해 재난안전대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고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경찰의 기소 의견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법률대리인 청률 측도 “대법원은 형법상 직무유기죄에 있어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 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경찰의 기소 의견은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이어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 권한대행의 기소의견 송치를 두고 경찰과 부산시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이와 관련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검찰이 송치 후 수사에서 변 권한대행에 대한 경찰의 기소 의견을 뒤집고 무혐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경찰의 주장 그대로 법원에 넘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도 경찰의 엄격한 법률 적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 거제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는 재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사실상 사문화돼서 성립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도 “검찰도 횡령 같은 죄목과 달리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은 법원에 가서 다투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기소 여부에 앞서 이 부분을 고심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인 사안이나 상황, 사회적 여론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최세헌·권상국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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