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모두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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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장

다들 높이 올라가려고 한다. 높은 곳에서는 풍경이 더 멀리 더 잘 보이니까. 어느 순간 초고층에 산다는 것은 부유함의 상징이 됐다.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의 <높이 더 높이>에 나오는 벼락 씨와 차곡 씨는 경쟁적으로 집을 높이 올린다. 에메랄드 창문을 설치하고 419m 높이에 정원을 만들고 최고의 건축가를 부르고 코끼리 이빨로 난간까지 만든다. 더 이상 집을 올릴 수 없게 된 순간 깃발을 꽂으려던 벼락 씨의 집이 와르르 무너진다. 1227m 최고 높이의 집을 갖게 된 차곡 씨는 행복할까? 답은 그림책 끝에 나온다.

무라오 고의 <하늘을 만들다>는 원숭이 화가가 사는 마을의 변화를 담아냈다. 좋아하는 것을 채우려 집을 증축하고 남은 공간을 빼앗길세라 기형적으로 집을 올린다. 점점 작아지던 하늘이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된다. 답답해진 사람들이 원숭이를 찾아온다. “하늘을 그려주세요.” 실제처럼 멋진 하늘 그림은 인기를 끌었다. 인공 하늘에 만족한 사람들은 높은 건물을 계속 세웠다. 좁아진 하늘은 그림으로 대체했다. 원숭이는 생각한다. 하늘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일까?

<우리 집 하늘>은 전병호 시인의 시에 김주경 작가의 그림을 더했다. 다닥다닥 좁은 집들이 모여 산을 이루고 있는 동네. 산동네 제일 꼭대기 집에 사는 아이는 말한다. “우리 집 하늘은 반 평이다.”(그림) 처마와 담 사이 반 평짜리 네모난 하늘. 해도 잠깐 얼굴만 내밀다 지나가고 달도 한걸음에 건너가 버리는 크기. 집에서 보이는 하늘이 좁다고 꿈마저 좁을 수 없다. 옥상에 올라가면 커다란 달도 수천 개의 별도 다 아이의 것이 된다. 아이의 집 하늘은 억만 평이다.

높이 올라가는 집은 위만 가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앞도 가린다. 더 멋진 풍경을 누리겠다고 남의 하늘을 가릴 권리는 없다. 다가오는 가을날 푸른 하늘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푸른 하늘 아래의 일상이 그리운 때이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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