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아이들 ‘톡방’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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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코로나19를 빼고 생활을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온라인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잠에서 깨면 컴퓨터를 켜고 앉아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이전 같았으면 눈뜨자마자 컴퓨터를 켜는 아이가 곱지 않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거라도 참여하는 게 다행스럽다고 느껴지니 허탈하다.

친구들과의 소통도 당연히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카카오톡 알림이 울려대고 바쁜 부모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살펴보지 않아도 아이들은 정말 잘 지내고 있을까?

아이들을 음란물에 노출시키지 않았다면, 성적 묘사가 있는 책을 보지 않게 한다면 아이들이 천천히 성에 눈을 뜰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틀린 생각이다. 음란물을 접하기 쉽지 않았던 시대의 어른들 기준이다.

내 아이의 의지나 부모의 의지와는 별개로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누군가 올려버리는 사진 한 장, 동영상 링크, 특정 아이를 비하하거나 놀림거리로 만드는 대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친구들이 있는 대화방에서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부모는 말할 수 있다. 그 대화방을 나오면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 어차피 나와도 애들이 다시 초대하면 불편한 상황이 시작되는 것을 이미 아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말처럼 ‘대화방 나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어른이라지만 부모는 처음해보는 것이라서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성에 노출된다고 할 때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외설스런 사진이나 영상 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교육받지 못한 부모의 부족한 성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아이들의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에게 ‘안녕, 난자야’ 하는 남학생에게 ‘너는 정자네’ 하는 인사말과 시골의 정자사진까지 올려 서로를 희롱하며 장난을 친다. 성에 대해 궁금한 것들은 해시태그까지 붙여 그 내용을 곧바로 확인하는 정도이니 대화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부모들의 염려 수준 그 이상이다. 단어의 뜻 뿐 아니라 관련 사진까지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법을 다 세세하게 알아서 지키는 건 아닌 것처럼 성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에 대한 기본을 잘 가르치고 배우면, 인간관계에서 선을 넘지 않고 타인에게 성적 가해를 하지 않게 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는 것은 성교육의 기본이 된다. 본인은 즐거워도 타인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동의라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성교육에서 가장 우선될 일은 기본 예의를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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