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10. 혈액암 /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신호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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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항원 반만 같아도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신호진 교수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무균병동에서 골수섬유화증 환자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고 있다.

신호진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까지 500례 이상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했다. 조직적합성 항원이 맞지 않을 때도 반일치 부모 형제간 조혈모세포 이식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2009년 미국혈액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항암치료로도 완치 힘든 경우 시행
부모자식·형제자매 간 반일치 이식
면역 억제 치료 발전 생존률 높아져
혈액암, 조혈기관·림프기관 등 발생
암질환 비중 5%로 낮지만 증가 추세


-혈액암이 어떤 질병인가. 비교적 드문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들어 발생률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혈액암이란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을 만드는 골수와 같은 조혈기관, 감염을 막고 면역기능을 하는 림프절과 림프기관에 생기는 암이다.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악성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암질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이내로 낮다. 하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사,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일부 혈액암의 경우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혈액암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치료를 받게 되는가.

“대표적인 혈액암인 급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암이 진단되면 우선 항암치료를 시도한다. 그런 다음 재발이 되지 않게 다지기 위해 2,3차 항암치료를 추가한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나서 완치율을 더 높이기 위해 최종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항암치료에 이어 진행되는 조혈모세포 이식은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고용량의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통해 환자의 기존 조혈모세포를 모두 파괴하고 그 상태에서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투여해 환자의 골수에 생착시킴으로써 정상 혈액세포를 다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타인의 조혈모세포 대신에 이미 저장돼 있던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투여할 수도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악성임프종과 같이 항암치료 단독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힘든 질환이나 재생불량성빈혈과 같이 조혈기능 장애를 가지는 질환에 대해 완치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강력한 치료법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공여자를 찾기도 쉽지 않고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핵가족화로 인해 형제자매 사이의 HLA(사람 백혈구 항원) 일치 확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재 HLA가 완전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7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까지도 비혈연 공여자의 이식 거부율이 서양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부모자식 및 형제자매 사이의 HLA 절반 일치 이식, 제대혈과 같은 고난도 이식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직항원이 절반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초저출산 국가이다. 따라서 형제자매 사이의 HLA 일치 이식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대신 부모자식 및 형제자매 사이의 HLA 반일치 이식은 늘고 있다. 최근 HLA 검사 방법, 면역억제 치료의 발전으로 조직항원이 반만 일치해도 부모자식 간에, 그리고 형제자매 사이에 이식이 가능해졌다. 반일치 이식 성적은 점차 향상돼 이제는 HLA가 완전일치하는 타인공여자 이식과 유사한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이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식 건수는 얼마나 되며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를 분석해 본 결과,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조혈모세포이식후 5년 생존율이 71.5%로 국내평균보다 높고, 영국의 65%, 미국의 55% 보다 높았다. 고위험군 악성림프종의 경우 면역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해외 환자들이 부산의 대학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혈액암 치료 성적이 좋다 보니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대학병원을 찾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이집트 환자들도 꾸준히 찾고 있다. 외국인 혈액암 환자들의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조혈모세포 이식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암세포의 표면에는 다양한 항원들이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암세포 표면의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투여하면 이러한 항체들이 암세포 표면의 항원에 붙어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표적치료제이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암세포를 죽이는 백혈구 속의 T세포를 무력화시키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활성화를 차단해 T세포가 제기능을 하도록 한다. 이에 비해 면역세포 치료제는 백혈구 속의 T세포를 채집한 뒤 몸 밖에서 강화, 변형시킨 뒤 다시 몸에 주사해 암 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키메릭항원수용체(CAR) T세포치료제, NK(자연살해)세포 치료제 등도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NK세포를 추출, 배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은 우리 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다발골수종 혈액암 환자에 대한 우수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하던데.

“최근 국내에서 다발골수종으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받았던 전체 109명의 환자를 분석해본 결과 재발성,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가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전에는 5년 내에 거의 돌아가셨는데 5년 생존율이 30% 정도를 보였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혈액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표적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등이 나오면서 10년 전에 비해 치료성적이 상당히 높아졌다.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공여자를 찾지 못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기증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드린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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