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성지 성수동·혁신 실험장 불광동을 모델 삼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소셜벤처' 부산을 부탁해] (4) 소셜벤처 성지 성수동

서울 성수동과 불광동은 소셜벤처 집적지로 이름이 높지만 조금씩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성수동의 거점시설인 헤이그라운드(위쪽)와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장병진 기자·서울혁신파크 제공

서울역에서 내려 성수동을 목적지로 부르니 택시기사 대뜸 “요즘 성수동은 회사가 많아 젊은 사람들이 모여요. 젊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먹을거리도 있고, 뭐 살 것도 많아져서인지 서울역에서 성수동으로 가는 사람이 계속 늘더라고요”라고 말을 건넨다. 아울러 한 마디 덧붙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수동은 수제화 말고는 볼 것 없는 지역이었는데 청년들이 모여드니 몇 년 만에 금방 바뀌더라고요.”

택시기사의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성수동 주변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 등 소셜벤처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다. 이 때문에 착하고 특별한 가치를 아는 소비자층에게 성수동은 그야말로 ‘성지’다.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몰리다 보니 ‘성수동 느낌’의 독특한 가게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유재석, 이효리, 비가 뭉친 ‘싹쓰리’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성수 할아버지 카페’가 대표적. 이 카페는 원래 50년 된 염색공장이었다.

루트임팩트 ‘서울숲프로젝트’ 필두
성수동, 소셜벤처 중심지 성장
특색 매장·카페 많아 젊은 층 유인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모델 집적화
서울시청년허브 등 중간조직 지원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중장기 실험



■우량 소셜벤처가 모인 이유

서울 성수동은 원래 공단이었다. 수제화를 중심으로 도시 재생이 진행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2년부터. 분당선 서울숲역이 개통해 접근성이 향상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와 도심으로의 대중교통편이 좋아 비영리단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015년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서울숲프로젝트’가 시작되며 공부의신, 임팩트스퀘어 등 소셜벤처가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숲프로젝트란 사회혁신 클러스터와 사회적 기업가들의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프로젝트였다. 루트임팩트 관계자는 “소셜벤처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네트워킹하고 협업해 이 자체가 브랜드화한다면 충분히 외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이러한 사업의 중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공동 주거와 업무가 가능한 디웰하우스와 헤이그라운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루트임팩트를 현대가 재벌 3세인 정경선 에이치지아이(HGI) 대표가 창립한 것도 성수동의 인지도 향상에 한몫했다.

성수동 소셜벤처들이 하나둘 성과를 내며 임팩트 비즈니스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는 중간지원조직과 카우앤독, 크레비스파트너스 등 플랫폼 기업들이 모여들며 성수동은 소셜벤처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소셜벤처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소셜벤처가 모여있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대기업, 공기업들이 성수동을 많이 찾는다”며 “특색있는 서비스와 제품도 많아 이곳을 찾는 청년층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빠른 시장테스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셜벤처 중심지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특색있는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자 임대료 상승과 같은 문제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기존 비영리단체들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수익성 높은 소셜벤처들이 남아 더 큰 집적효과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의 의지가 만든 불광동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충청북도 오송으로 이전하며 해당 부지를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을 해결하는 사회혁신 실험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에 2013년 서울혁신파크가 조성이 계획되었고 서울혁신파크에는 230여 개의 단체와 서울혁신센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청년허브,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등 서울시의 11개 중간지원조직이 입주했다. 입주부터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셈이다. 당시에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생겨난 대규모 부지는 장기전세주택과 같은 형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서울시의 의지는 서울혁신파크 조성에 필수조건이었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의지로 소셜벤처와 관련된 다양한 서울시 중간조직이 입주했고 이는 서울혁신파크의 기반이 됐다. 이후 저렴한 임대료, 다양한 기반시설이 확보돼 소셜벤처들이 몰려들었다. 불광동은 성수동과는 다르게 경제적인 성과는 낮을 수 있지만 사회혁신의 영향력이 큰 분야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혁신파크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사회혁신을 실험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성수동 임팩트 투자자들이 강조하는 수익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장기적 사회혁신 실험이 가능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2015년부터 소셜벤처 투자를 하고 있는 쿨리지인베스트먼트 권혁태 의장은 “자율적인 기업이 분위기를 중시하는 성수동과 공공의 의지와 함께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불광동 두 축의 존재는 소셜벤처 생태계의 다양성을 마련하는 기반이 된다”며 “부산 역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영역과 공공의 의지가 필요한 영역 등을 찾아 부산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